일간스포츠는 6일 정치평론가 윤태곤씨가 쓴 '1983년, 억수탕과 김용희'라는 글을 실었다. 억수탕은 부산 중구 부평동에 위치했던 목욕탕이다. 롯데가 구덕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1982~85)하고 있을 당시 선수들이 경기 후 단체 목욕을 했다. 구덕야구장에서의 거리는 3km 남짓. 당시 롯데 간판스타였던 김 감독은 1983년 어느날 목욕을 하고 나오다가 사인을 요청하는 어린이팬이 휘두른 볼펜에 손가락을 찔려 피가 났지만 '쿨'하게 웃으며 넘어갔다.
김용희 감독은 억수탕에 대한 여러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글에 나온 대로) 억수탕은 경남고 선배가 운영한 게 맞다. 당시에 사법시험 준비를 했던 분으로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경남중과 경남고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공교롭게도 억수탕은 고교 선배가 운영한 가게였다. 그는 "명문대 법대를 나온 분이었다. 집을 짓다가 지하수가 많이 나와서 '억수탕'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 것 같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롯데 선수단은 홈경기가 끝나면 구단 버스를 타고 모두 억수탕으로 갔다. 야구장에 샤워 시설이 제대로 없어 외부로 나가 씻을 수 밖에 없었다. 늦은 시간 억수탕에선 일반손님을 찾기 어려웠다. 김 감독은 "경기가 다 끝나고 목욕탕에 가면 시간이 늦으니까 다른 손님이 없었다.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 시간대에 손님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수탕은 꽤 넓은 목용탕이었다. 운동 시설도 있어서 겨울에는 목욕과 운동을 겸했다. 일과를 마친 후에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졌다. 김 감독은 "당시엔 트레이너가 없는 구단도 있었다. 억수탕에서 마사지를 받는 선수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용희 감독이 억수탕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이다. 김 감독은 "그 주변에 칼국수 집이 있었는데 그 집이 진짜 맛집"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구덕야구장에서 사직야구장으로 롯데 홈구장이 바뀌었고, 김 감독도 여러 구단을 거쳤다. 억수탕을 찾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두 세 번 정도 칼국수를 먹기 위해 억수탕 근처까지 가기도 했다. 김 감독은 "정말 맛있었던 집"이라고 다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