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상반기 첫 흑자를 기록했다. 서비스 개시 6년 만이다. 경쟁 업체인 '요기요'도 올 하반기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해 대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붙는 등 출혈경쟁을 벌이던 배달앱들이 만성적자에서 벗어나 시장 안정화에 들어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흑자 구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흑자 기업 탄생…시장 안착 청신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9억원을 기록, 첫 번째 흑자를 달성했다고 13일 밝혔다. 매출액은 34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6%, 지난해 하반기보다는 43.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월 흑자로 돌아서면서 연속으로 월 단위 수익을 거두며 반기 흑자를 기록했다.
배달의민족의 첫 반기 흑자를 두고 업계에서는 배달앱 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배달의민족 월 주문수는 지난 5월 기준으로 750만건을 넘겨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비해 약 2배 성장했다. 이 중 300만건은 배달의민족 앱 내에서 주문은 물론 결제까지 한 '바로결제' 건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주문의 10% 수준이었던 바로결제가 40%까지 늘어났다.
또 다른 배달앱 업체인 요기요도 흑자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요기요·배달통 관계자는 "요기요는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치는 공개할 수 없지만 배달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순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배달앱들 앞에는 흑자 구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숙제가 놓였다. 이번 흑자 전환이 지난해 단행한 대규모 마케팅이 줄어들면서 생긴 영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지난해 배달앱 3사가 쏟아부은 광고비는 400억원이 넘는다. 배달의민족은 약 190억원으로 지상파 93억원, 케이블방송 57억원, 종편 36억원, 신문 2억원 등이다. 대규모 마케팅으로 인한 출혈이 컸던 것도 적자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TV광고를 집행하지 않으면서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다.
일단 배달의민족 측은 당장 수익에는 연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키워야 할 시장 파이가 남았고 신사업의 안착이라는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배달앱은 수도권 지역에서만 활성화 돼 있고 지방은 아직 미개척지"라며 "아직까지는 시장 파이를 키워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배민프레시, 배민라이더스 등 현재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이 안착하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는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짝 흑자?
이번 흑자는 단기 성과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배달앱이 배달 시장의 판도를 바꿨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배달앱 초창기에는 없던 유통망을 하나 더 만들어 영세상인들의 수수료 부담만 늘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배달앱을 리뷰 창구로만 사용하고 실제 배달주문은 앱이 아닌 전화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배달앱으로 주문을 하는 경우에는 자영업자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해 음식 양을 적게 준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최근에는 배달앱이 자영업자들의 필수적인 홍보 창구로 이용되고 있지만 수수료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피자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자영업자들이 배달앱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다들 원해서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배달앱에 따라 주문 건별로 15~16%씩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여전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