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겸 라인 회장이 15일(한국시간) 새벽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주식회사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
1999년 포털사이트 네이버 서비스 이후 17년 간 그토록 꿈꾸어 왔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두 눈으로 지켜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이날 강원도 춘천의 데이터센터 '각' 미디어 공개 행사에 참석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신중호 CGO(라인 최고글로벌책임자)가 (상장을 알리는) 종을 치고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 뭉클해서 잠을 못 잤다"고 말했다.
2000년 네이버 재팬으로 출발한 라인은 2011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출시한 이후 5년 만에 미국 증시에 상장하게 됐다. 이날 오후에는 일본 증시에도 상장됐다. 국내 기업의 해외 법인이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에 상장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인의 이번 IPO 규모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올해 전 세계 IT 기업 중 가장 컸다. 뉴욕과 도쿄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ADR)는 각각 1750만주이다.
이 의장은 "일본에 나가서 사업을 준비한 것이 10년이 넘는다. 정말 성공하고 싶었다. 그런데 미국과 일본 동시 상장을 했다. 기적적인 일이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그는 "꿈에서 깨면 다시 꼴찌일 것 같았다. 꿈인 것 같다"고도 했다.
이 의장은 라인 성공 비결로 절박함을 꼽았다. 그는 "국내에서 소프트웨어로 해외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정말 많이 고생했다"며 "미국과 중국의 큰 회사들과 달리 우리는 국내 시장이 너무 작아서 해외로 나가야 생존할 수 있다. 그 절박함과 직원들의 헌신이 가장 큰 성공의 비결이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기업공개로 자금에 여유가 생긴 만큼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처음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겼다. 이제 좀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기술 개발과 새로운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에 적극 투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장은 구글·페이스북 등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서 여전히 자금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등의 거대 인터넷 회사는 거대 자금으로 투자도 우리보다 더 많이 한다. 최근 화제가 된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에서 보듯이 해외 거대 회사가 투자한 자회사에서 좀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여전히 구글·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해외의 거대 인터넷 회사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17년 사업을 하면서 매일 두려웠던 것은 미국에서 시장한 거대한 업체들이었다"며 "인터넷은 국경이 없어서 새로운 게 나타나면 국내 이용자들이 바로 이용하고 옮겨간다. 이들은 자금도 많고 브랜드 인지도도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중국 회사들이 정부의 보호와 어마어마한 자금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회사들과 경쟁해서 생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두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의장은 계속 해외 시장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각오이다. 이 의장은 "북미와 유럽은 도전해야 하는 꿈의 시장이다. 새로운 사례를 만들 수 있는 도전의 장이다. 일본에서 10년 걸렸는데 거기서는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 가서 준비해 후배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네이버의 역할에 대해서는 또 다른 라인을 내기 위한 디딤돌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 자체도 서비스 진화를 이뤄야겠지만 네이버 안의 서비스가 라인처럼 멋진 자회사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거름, 디딤돌이 되는 곳으로 변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라인은 이날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미국 뉴욕 증시에서 공모가 32.84달러보다 26.6% 오른 41.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상장돼 공모가 3300엔보다 48.5% 오른 4900엔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매수 주문이 매도 주문의 5배에 달해 개장 후 1시간 30분 가량 거래되지 않았다가 오전 10시35분쯤 첫 거래가 이뤄졌다.
라인의 기업가치는 뉴욕증시 마감 후 약 9조9000억원(87억 달러)으로 평가받았지만 도쿄증시에서 주가가 폭등하면서 10조8000억원(1조엔)으로 평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