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최근 해외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의 열풍에 대해 괴롭고 서운하다는 심정을 드러냈다.
이 의장은 15일 강원도 춘천의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 운영사인 라인주식회사의 미국·일본 동시 상장과 관련해 미디어들에게 설명하는 도중에 질문을 받고 이같은 심정을 나타냈다.
이 의장은 "'포켓몬 고'가 열풍이라는 소식을 듣고 괴로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의장은 "우리 기업들이 빨리 하면 좋았을텐데…한심하다고 야단치면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장은 "서운하다"고 했다. 포켓몬 고를 만든 해외 IT기업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하기 버거울 정도로 자금도 많고 규모도 큰데 '한국은 왜 이런 걸 못만드냐'며 비판하는 게 서운하다는 것이다.
이 의장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고 그만큼 투자도 많이 한다. 포켓몬 고는 그렇게 투자한 회사에서 터져나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은 해외 유명 회사들의 돈과 브랜드를 투자받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는 현금도 인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의 거대 회사들과 경쟁해 생존해야 한다. 힘이 든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는 닌텐도 등이 설립한 포켓몬컴퍼니와 구글의 사내 벤처에서 독립한 나이앤틱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다. 나이앤틱은 작년 10월 구글과 포켓몬컴퍼니, 닌텐도로부터 2000만 달러(226억9000만원)를 투자받았다.
이 의장은 또 국내에서도 혁신적인 시도가 많았는데 해외 것만 혁신이라고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서운해했다. 그는 "싸이월드·지식인·통합검색 등 국내에서 많은 시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해외에서 나온 것은 혁신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많은 시도는 혁신이 없이 시장을 지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속상하다"고 말했다.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 출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일고 있다. 특히 출시가 안된 국내도 서비스가 가능한 속초로 이용자들이 몰려드는 등 신드룸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게임강국'이라고 자처하는 한국의 IT 기업들이 현재에 안주하면서 AR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