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즈와 트레이드한 우완 투수 에릭 존슨은 한때 화이트삭스의 최고 유망주로 선정됐던 선수지만 올 시즌 부진하고 있다.]
2014년 8월 5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는 AJ 프렐러를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부단장 출신. 텍사스의 전성기를 이끈 '존 다니엘스 사단'의 좌장으로 꼽혔다. 그는 특히나 해외 스카우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텍사스의 핵심 선수인 루그네르 오도어, 노마 마자라, 쥬릭슨 프로파, 다르빗슈 유 등의 영입이 그가 주도했던 작품이다. 중하위권을 맴돌던 샌디에이고를 바닥부터 차근차근 발전시킬 인물로 더없이 어울려 보였다.
하지만 팀에 부임한 지 4개월, 그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메이저리그 이슈의 중심에 선다. LA 다저스에서 맷 캠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크렉 킴브렐,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윌 마이어스를 영입하며 ‘미래가 아닌 현재’를 위한 전력 보강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FA 시장의 투수 최대어중 하나였던 제임스 쉴즈까지 낚아채며, 2015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패권을 노릴 것임을 천명했다.
프렐러의 도전이 뼈아픈 실책으로 밝혀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 모두가 부상과 부진에 신음하며 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샌디에이고는 74승 88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전년도에 비해 연봉 총액은 2500만달러(약 280억원)가 증가했지만, 승수는 오히려 3승 줄어들고만 것이다.
올시즌 프렐러와 샌디에이고는 초심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값비싼 베테랑 선수들을 트레이드 시키고 젊은 유망주를 영입하는 리빌딩을 시작했다. 신호탄은 6월 4일 쉴즈 트레이드 였다. 샌디에이고 이적 뒤 구속 저하로 기대치가 낮아진 쉴즈를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연봉 일부를 부담하며 내보냈다. 쉴즈 대신 받아온 우완 투수 에릭 존슨은 올시즌은 부진하지만 한때 화이트삭스의 최고 유망주로 선정됐던 잠재력 있는 선수다.
이어 6월 30일에는 마무리투수 페르난도 로드니를 마이애미 말린스로 떠나보냈다. 트레이드 당시 로드니는 28경기에서 0.31의 평균자책점과 17세이브를 거두며 내셔널리그 최고 마무리로 부활해 있었다. 하지만 이미 40세 노장 투수로 내후년 이후를 바라보기 어려웠다. 올시즌 성적이 좋았던 만큼 좋은 선수를 받아 왔다. 지난해 드래프트 8라운드에 지명받았던 크리스 패닥이다. 패닥은 올시즌 싱글 A에서 8경기 선발 등판해 0점대 평균자책점과 9이닝당 15개의 탈삼진을 잡는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여러 유망주 평가 기관이 주목하기 시작한 떠오르는 샛별이다.
이어 지난 7월 14일에는, 올시즌 올스타에 선정된 에이스 드류 포메란츠를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시켰다. 그는 올시즌 8승 7패 평균자책점 2.47으로 내셔널리그 투수 부문 타이틀 경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심쩍은 구석도 있었다. 대학 시절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에 이은 넘버 투 투수로 꼽혔지만 프로에선 제한적인 역할을 맡았다.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지 못했고, 스윙맨이나 좌타 상대 원포인트 릴리버가 그의 역할이었다. 올해 전반기 활약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믿음은 아직 굳지 않다.
샌디에이고는 포메란츠의 대가로 앤더슨 에스피노사를 영입할 수 있었다. 싱글A 레벨에서 최고 유망주로 꼽히는 투수다. 불과 18세 투수지만 이미 시속 100마일이 넘는 강속구를 던지고 있다. 더욱 무서운 점은 그 나이에 투구 기술이 다듬어져 있다는 데 있다. 9이닝 당 볼넷을 3.2개로 묶는 제구력에 커브볼과 체인지업을 자기 공으로 만들었다. 최근 발표된 베이스볼아메리카의 미드시즌 유망주 순위에서는 전체 15위에 올랐다. 투수 중에선 4위. 그 위의 세 명은 모두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거나, 데뷔가 유력한 트리플A 레벨이다. 알렉스 레예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루카스 지올리토(워싱턴 내셔널스), 타일러 글래스노(피츠버그 파이러츠) 등이다.
여기가 끝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멜빈 업튼, 존 제이, 얀거비스 솔라르테, 앤드류 캐쉬너, 타이슨 로스, 라이언 부처 등 핵심 선수 모두를 시장에 내놓고 가격을 흥정하고 있다. 프렐러 단장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각 팀의 유망주들을 세심하게 물색하고 있다. 조직의 리더가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프렐러 단장은 인정이 빨랐다. 그리고 자신의 강점인 '유망주를 보는 안목'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임선규(비즈볼프로젝트)
지속적인 스포츠 콘텐트 생산을 목표로 하는 젊은 스포츠 연구자들의 모임. 일간스포츠와는 2014년부터 협력 관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