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성기와 한 번 인연을 맺은 후배 배우들은 안성기에게 반한다. 후배 배우들은 연기와 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열정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이나 뒤든 한결 같이 젠틀한 안성기에게 존경심을 표한다. 안성기는 이른바 '꼰대'처럼 보일 만한 언행 혹은 그와 비슷한 소문조차 들리지 않는 배우다. 안성기와 인연을 맺은 후배들이 직접 말하는 '선배 안성기'는 어떤 사람일까.
▶조진웅(2016년 영화 '사냥' 인터뷰 중) "안성기 선배님과 처음 만난 건 '마이 뉴 파트너'였다. 이번에 '사냥'으로 처음 미팅을 했을 때 선배님이 선생님 호칭 말고 선배님으로 해달라고 하셨다. 그 말을 할 때는 이유가 있는 거였다. 그래서 감히 제가 선배님으로 모시겠다고 했다. 그게 맞는 거니까. 대립하는 장면 등을 촬영할 때는 대선배가 아니라 여기서 만큼은 동료라는 거다. 스스럼없이 하라고 하시더라. 가학적인 장면은 사실 괴로웠다. 쓰러진 선배를 또 밟아야하니까. 그런데 정작 선배님은 즐기시는 것 같았다. 진정한 프로 같았다. 과연 나도 저렇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귀감이 됐다. 또 산에서 추격신을 찍을 땐 나를 포함해 모든 배우들이 힘들어했다. 토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선배님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고, 그 누구보다 체력이 뛰어났다."
▶김호정(2015년 영화 '화장' 인터뷰 중) "안성기 선배가 촬영 내내 정말 배려를 많이 해줬다. 영화에서 머리를 미는 삭발 장면은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오히려 욕실 장면보다 더 힘들었다. 삭발 장면을 찍고 또 찍는데 인성기 선배가 그래도 여배우라 그랬는지 끝까지 머리를 예쁘게 남겨두면서 밀어줬다. 삭발을 한다고 해서 막 밀어버리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배려하면서 날 많이 신경써줬다. 내가 못나 보일까 삭발을 하면서도 계속 머리를 빗겨줬다. 머리를 다 밀고 난 순간 안성기 선배가 내게 '이제 머리를 다 밀었으니 이 순간부터 다시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순간이라 생각하면 된다'고 말을 해줬다. 그 말을 들으니 울컥했다."
▶정우성(2012년 영화 '신의 한 수' 인터뷰 중) "영화 '무사' 촬영 때 안성기 선배님을 처음 봤다. 너무 좋았다. 중국 오지를 찾아다니며 촬영했던 작품이라 굉장히 열악하고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그렇게 5개월 이상을 힘들게 행군하는데도 선배님은 이래도, 저래도 마냥 웃어주시더라. 나중에는 화가 나더라.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선배로서 화도 내고 그래야 우리가 편할테데 왜 저렇게 매일 좋으실까 이해가 안됐다. 그런데 그런 성품이 타고난 '신의 한수'더라. 그렇게 온화하게 현장에서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힘든 촬영에서도 무탈히 잘 이겨냈던 것 같다."
▶하지원(2011년 영화 '7광구' 인터뷰 중) "'7광구'가 세 번째 만남이었는데 선배님은 자상한 성격이다. 소시지도 구워서 주시고 현장의 재미를 가르쳐 주신 분이다. 평소에는 든든한 힘을 주는 선배이자 분위기 메이커, 친구이자 아빠 같은 분이다.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많이 배운다.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손예진(2010년 '굿 다운로드' 캠페인 인터뷰 중) "안성기 선배님 덕분에 굿다운로더 캠페인이 활성화됐다. 덕분에 많은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었다. 선배들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습과 하나가 돼 발로 뛰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이에 기쁜 마음으로 캠페인에 참가하게 됐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