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이 경이로운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단 하루 87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세운 것. 이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72만, '명량' 68만 명을 가뿐히 제친 수치다. 여기에 역대 최단 기간 누적관객수 100만 돌파라는 기록도 추가했다. 개봉 전 진행한 유료시사회 관객 57만 명을 포함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첫 날 100만, 둘째 날 200만 돌파다. '부산행'에게는 참 가뿐한 수치다.
'부산행'은 시작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부산행'은 100억 이상이 투자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69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칸에서 쏟아진 호평은 한국까지 이어졌고 사회 고발성 애니메이션으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구성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영화라는데 기대감도 치솟았다.
그 결과 개봉일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데 성공했다. 1,000만 돌파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역대 흥행 1위 '명량'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최고 오프닝 스코어 어떻게 가능했나
하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고 기대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산행' 측은 세간의 눈초리를 받으면서도 다소 뻔뻔한 마케팅을 펼치는 정공법을 택했다. 개봉 전 대규모 유료시사회로 56만 명이라는 관객 유치에 성공한 것. 이로 인해 변칙개봉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지만 입소문을 얻었고 예매율을 치솟게 만들었다. 80%가 넘는 예매율은 극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됐다.
이로 인해 '부산행'은 개봉 첫 날 무려 1,570개 관에서 상영되는 기염을 토했다. 87만 명이라는 오프닝 기록이 가능한 상황을 미리 만들어 낸 것이다. 또 유료시사회로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스포일러를 밝혀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보고 싶다"는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홍보가 됐다. ◇만장일치 흥행 예상, 왜?
'부산행'을 관람한 영화계 관계자 및 관객들은 100이면 100 '부산행'을 극찬한다. 대체 무엇이 관객들의 정서를 파고든 것일까.
한 배급사 관계자는 "이유는 단순하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부산행'은 러닝타임의 90%를 주인공들이 좀비떼에 쫓기는 스토리로 채웠다. 배경은 좁은 기차 안이다. 시선을 분산시키지도 않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며 "심지어 연상호 감독은 좀비에게 쫓기고 퇴치하는 과정을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해 스피드와 긴장감을 끝까지 늦추지 않았다. 2시간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는 평에 모두가 공감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곡성' 이은 찬양론 '한국형 좀비' 통했다
'부산행' 흥행의 1등 공신은 사실상 좀비 소재를 택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신드롬 반향을 일으킨 '곡성'과 '부산행'의 교집합은 '좀비'가 등장한다는 것. 단 한 마리의 좀비에도 그토록 열광했는데 좀비가 떼로 등장하는 '부산행'에 누가 현혹되지 않을까. 아이러니한 점은 '곡성'과 '부산행' 측이 개봉 전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좀비였다는 것. '한국형 좀비가 통할까?'라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불거졌지만 죽여도 죽지 않는 끈질긴 좀비는 '곡성'의 신의 한 수, '부산행' 흥행 1등 공신이 됐다. ◇1,000만 프리패스?
그렇다면 '부산행'의 1,000만 돌파는 정녕 가능한 것일까. 영화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칸 발 호평이 국내로 전해졌을 때만 해도 전문가들의 예상 스코어는 7~800만 명 정도였다. 하지만 '부산행'의 적수가 될 만한 작품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부산행' 자체에 대한 관심이 예상을 뛰어 넘다보니 1,000만 돌파는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며 "한 주 뒤 개봉하는 '제이슨 본'과 '인천상륙작전'의 흥행력도 중요하겠지만 영화관을 가장 많이 찾는 2~30대 연령층을 이미 사로잡은 만큼 '부산행'의 질주가 무섭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부산행' 메인 투자 배급사 NEW 측은 "아직 흥행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