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 틈에서 홍보에 전전긍긍하던 10년차 이상의 중견 가수들이 인기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속속 빛을 보고 있다. '복면가왕'에서 9연승을 차지한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이 방송 출연으로 주가를 급상승시켰고, 가수 김태우는 '듀엣가요제'·'슈가맨' 등에 출연하면서 가창력으로 감동을 안김과 동시에 신곡 홍보도 톡톡히 했다. 해외 가수 밀젠코 마티예비치 역시 '복면가왕' 출연 한 번으로 국내 활동에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화제성과 홍보효과를 동시에 누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년차 이상의 중견 가수들이 컴백 후 자신의 음악을 보여줄 수 있는 곳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도였다. 이마저도 출연이 쉬운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이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아이돌에 비해 매우 적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신곡을 소개할 수 있었지만 정식으로 무대를 꾸미는 것이 아니기에 감정 전달과 컨셉트 확인 등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상파 3사는 물론이고 엠넷, SBS MTV, MBC 뮤직 등 모든 음악 방송 프로그램은 현재까지도 아이돌 위주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국내외 어린 연령층의 시청자들 위해 이같은 라인업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2세대에 화려한 이력을 남겼던 가수들은 한참 낮은 연령대의 아이돌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설 입지는 좁아졌다.
당시 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조카뻘의 아이돌 가수들과 한 무대에 서기가 나도, 시청자들에게도 서로 민망한 상황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어려워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며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도만이 출연하기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견가수들은 높은 인지도에 훌륭한 가창력을 인정 받았음에도 컴백 이후 무대를 보여줄 만한 방송이 적어 한숨을 쉬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중견가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렸다. MBC '복면가왕'이 끌어당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은 JTBC '슈가맨', MBC '듀엣가요제', SBS '판타스틱 듀오',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 등으로 퍼져나가며 붐을 일으켰다. 모든 방송사에 중견 가수들이 설 만한 무대가 속속 탄생한 것이다. 특히 '슈가맨'의 경우에는 과거 인기를 끌던 가수들을 소환한다는 참신한 포맷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이같은 화제성에 불을 지폈다. 이 프로그램들은 MBC '나는 가수다'와는 또 다른 성격의 음악 프로그램이기에 출연자 섭외에 있어서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한 가요 관계자는 "'나는 가수다'는 심한 경쟁으로 피로감을 줬던 반면 최근의 음악 프로그램은 즐기면서 촬영에 임할 수 있기에 가수들이 부담없이 출연을 결정짓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10년차 이상의 가수들의 경우, 해외 팬덤보다는 국내 이슈에 더 집중한다. 젊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하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보다는 지상파 주요 시간대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매달 콜라보레이션 싱글을 발표하고 있는 가수 김태우는 최근 일간스포츠에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다양한 포맷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 나와 같은 중견 가수들이 컴백했을 때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많아졌다"며 만족스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