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전쟁터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에게 '부상 경계령'이 떨어졌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목전에 둔 신태용(46) 축구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축구인들은 하나같이 선수들에게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버번 아치바이아 리조트 호텔 축구장에서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0-1로 패했다. 전반 15분 실점을 기록한 대표팀은 끊임없이 만회의 슈팅을 날렸지만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현지에서 치른 첫 실전 경기의 패배보다 더 뼈아픈 건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었다.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대표팀에 합류한 공격수 석현준(25·FC포르투)은 이날 평가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대의 깊은 태클에 걸렸다. 늑골 부위 통증을 호소한 그는 김민태(23·베갈타 센다이)와 교체돼 벤치로 걸어 나갔다. 미드필더 이찬동(23·광주)은 이라크 수비수와 거친 몸싸움 끝에 오른다리를 다쳤다. 그라운드를 뒹굴며 아파하던 이찬동은 결국 이창민(22·제주)에게 배턴을 넘겼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두 선수의 몸 상태는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모두 26일에 정밀 검진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수장은 애가 탄다. 석현준과 이찬동은 이번 올림픽 대표팀의 '키맨'이다. 만에 하나 큰 부상으로 연결된다면 전력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특히 대표팀 원톱 스트라이커인 석현준의 부상은 더욱 신경 쓰인다. 신 감독은 "경기 전 점수에 신경 쓰지 말고 부상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부상자가 2명이나 생겨 상당히 우려된다"며 "석현준에게 이라크와 스웨덴과 평가전에서 90분가량 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부상으로 체력이나 경기력 면에서 떨어지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입맛을 다셨다.
올림픽 본선 무대를 보름 남짓 앞두고 부상자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17일 중앙 수비수로 발탁된 송주훈(22·미토 홀리호크)을 올림픽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했다. 소속팀에서 일본 J2리그 경기를 뛰다가 왼쪽 발가락 골절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송주훈 대신 김민태를 뽑았지만, 23세 이하 대표팀에서만 23경기를 소화한 주축 수비수의 공백은 유난히 커 보였다.
뻔히 알면서도 상대의 '흥분'에 휘말렸다. 이라크 대표팀은 시종 거친 몸싸움과 플레이로 '태극전사'를 자극했다.
신 감독은 "상대가 거칠게 나와 부상자가 생겼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가 상대를 보호해야 상대도 우리를 보호해 준다'고 했는데 서로 배려가 없었다"고 한숨 쉬었다. 2000 시드니올림픽과 2004 아네테올림픽을 경험한 유상철(45) 울산대 감독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관리다. 비교적 나이가 어린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큰 경기에 나서면 자신의 한계치 이상의 힘을 발휘하다가 다치곤 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노력한 것들을 하루아침에 날리지 않으려면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30일 스웨덴과 최종 평가전을 치른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이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다음 달 5일 열리는 피지전이다. 우리가 가진 로드맵에 따라 충실하게 팀을 만들어 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