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은 26일 경기도 부천 CGV에서 열린 제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단편 걸작선 상영작 '위대한 유산' 관객과의 대화(GV)에서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자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위대한 유산'은 장근석이 현재 재학 중인 한양대학교 대학원 학우들과 지난해 하반기 제작한 작품이다. 통장만 남기고 의식을 잃은 아빠와 통장에 더 집착하는 무심한 아들의 스토리를 담았다.
감독으로서 만든 단편 영화만 벌써 세 작품. 스타, 배우 이제는 감독이라는 수식어까지 가지게 된 장근석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함께 상영된 작품의 감독과 배우들은 연신 장근석에 대한 고마움을 표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장근석을 보기 위해 자리한 국내외 팬들도 "장감독님 멋있어요"라며 환호했다.
오랜시간 배우 생활을 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더 까다로울 수 있었지만 배우들은 감독 장근석에 대해 "배려왕"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또 장근석 역시 그저 겉핥기 식으로 감독을 '경험'하는 것이 아닌, 진짜 감독으로서 진지한 자세로 연출에 임해 진정성과 장근석의 새로운 능력, 그리고 매력을 엿보이게 했다.
장근석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치밀하게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배우로서 촬영을 해봤고, 배우 컨디션이 좋은 장면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 그래서 배우 분들을 배려하려 노력했고 스케줄 적인 부분에서도 꼼꼼하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를 선택할 때 오디션을 많이 보고 결정을 하기는 했다. 현장에서는 감독과 배우 간의 신뢰 관계가 있다면, 부담감 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배우의 좋은 연기를 뽑아낼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 무한 신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진심을 표했다.
이에 감독 장근석을 바로 옆에서 직접 경험한 배우 노형욱은 "배우를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만 보고 현장에서 직접 연출하는 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괜찮을까' 싶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장근석 감독이 워낙 잘 해주셔서 편하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배우 생활을 해 본 감독이라 그런지 연출 스타일 다르지 않았나 싶다. 배우를 정말 잘 이해해 줘서 나 역시 감독을 이해하기 편했다. 배려 왕이었다"며 '휴식 때도 편하게 쉴 수 있게 해 줬고 집중도 잘하게 해줬다. 나도 나에게 믿음이 안 갔는데 나를 너무 많이 믿어줬다. '뭘 보고 이러나' 싶었는데 감독을 믿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장근석 감독은 배우를 선택하는 것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디션을 통해 무려 서른 여 명이 넘는 배우들을 직접 만났다는 후문이다.
장근석은 "내가 직접 출연할 수도 있었지만 교수님들이 자제를 부탁했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세 작품 정도는 내가 배우로서 출연하기도 했는데 교수님들께서 '이제 더 이상 배우로서 시선이 아닌 연출의 시선으로 집중을 해 보자'는 말씀을 해 주셨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출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른 명이 넘는 배우들 중 노형욱을 선택한데 대해서는 "25년 전부터 방송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알고 지냈던 배우다. 그리고 한양대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한양인으로서 함께 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노형욱에 대한 신뢰가 무엇보다 컸다는 장근석은 "노 배우님의 연기를 충분히 봐 왔고 연기에서 느껴지는 연륜과 기품이 있었다. 캐릭터와 어울리는 부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했다면 안 어울렸을 수도 있다. 노 배우는 슬픔이 담겨져 있는 눈빛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 눈빛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고 진중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와 함께 장근석은 현 영화계를 꿰뚫는 심도 깊은 질문에 대해서도 성심 성의껏 자신의 생각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장근석은 "천만 영화나 국내 영화 산업이 커지는 것은 영화를 배우고 있는 꿈나무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닐까 싶어 희망적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대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하지 않고 영화를 전공했던 이유는, 연극도 부전공으로 같이 공부를 하기는 했지만 내가 살아온 나의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어떠한 장면을 통해 담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는 시도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장근석은 "배우로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나의 큰 업이지만 새로운 영역에서 내 이야기를 투영할 수 있다는 것에도 재미를 느꼈다. 그래서 막연하게 시작했는데 벌써 세 편, 네 편 가까이 찍게 됐다. 아직 선보이지 않은 중편 영화가 하나 더 있다. 뉴질랜드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한 작품이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장근석은 "경험을 쌓다 보니까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부담감 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이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 몇 십 년 후에 보면 부끄럽고 철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게 가장 사실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