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은 26일 대전 SK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대한민국 야구가 정도를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에는 1점차 승부가 거의 없다"며 "이게 투수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자원의 문제다. 경기수가 너무 늘어났다. 선수는 자기 팀의 자산인데, 이렇게 하면 자산을 망가트리는 게 된다"며 "(이런 분위기로) 몇 년 지나면 투수가 없어질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프로야구 한 시즌 팀당 경기수는 10단 체제로 운영된 2015년부터 역대 최다인 144경기로 돌아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때 126경기까지 경기수가 줄기도 했지만 구단이 늘어나면서 경기수도 증가했다. 김 감독은 "어제 리틀야구를 잠깐 봤는데, (어떤 투수가) 두 타자를 상대하던데 10개 중 8개가 변화구더라. 이렇게 무리하나 싶더라"며 "일반사람도 144경기가 많다고 한다. 결국 (이런 시스템이 유지되면) 야구의 질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기준으로 타율 3할 이상을 기록 중인 타자가 35명이다. 반면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 중인 투수가 한 명도 없다. 세이브 1,2위 김세현(넥센)과 이현승(두산)의 평균자책점이 모두 3점대 이상이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일본 도쿄는 고등학교 야구부가 200~300개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전체가 50개 정도다. 심각성을 누가 아냐. 계획이라는 게 없는 것 아닌가 싶다. WBC감독도 지금쯤 결정이 되고 이미 구성이 돼 있어야 선수들도 보고 다니지.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상관없다. 실행위가 야구의 깊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느 팀이건 선발투수가 부족해 쩔쩔맨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팀이 두산이다. 그래서 세다"고 덧붙였다.
리그 1위 두산은 이미 선발투수 3명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외국인투수 니퍼트는 13승으로 다승 1위다. 보우덴은 노히트노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장원준은 왼손투수로는 역대 첫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9승을 올리고 있는 유희관을 감안하면 선발 로테이션이 가장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팀이다. 최근에는 롯데와의 트레이드로 불펜 김성배를 영입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두산이 잘하는 것 같다. 필요한 투수를 데려가고 중간이 필요하면 중간을 영입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