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자 프로골프대회 방송 중계권의 10년 장기 계약이 제2, 제3의 입찰 예정 방송사에는 '기회 박탈의 불공정거래'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가운데 연간 중계권료 100억원의 실체에 대한 허구성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외형적으로는 1년간 100억원씩 10년 동안 1000억원 규모다.
그러나 실상은 '이 수치에 허수가 많다'는 말이 협상 테이블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주 상당히 큰 허수다. 결론은 연 100억원의 중계권료를 지불하지만 그중 30억원(중계권료의 30%)을 다시 제작비로 방송사가 되돌려 받는 구조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협상을 벌이고 있는 SBS·SBS플러스가 지불하는 연간 중계권료는 70억원으로 확 떨어진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그동안 중계 방송사는 KLPGA투어를 치르면서 각 대회마다 별도의 중계 제작비를 받아 왔다. 30개 대회를 기준으로 약 15억원에 달한다. 그러니까 70억원에서 다시 대회 타이틀 스폰서로부터 제작비로 받는 연간 금액 15억원을 제외하면 SBS 측이 KLPGA에 지불하는 중계권료는 55억원으로 더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방송 중계권사인 SBS는 앉은자리에서 45억원(중계권료 100억원 중에서 30억+별도 대회 제작비 연간 15억원)을 챙기는 꼴이 된다. 땅 짚고 헤엄치기다. 거기에 국내 및 해외 중계권 재판매를 통해서 얻는 연간 10억원 이상을 또 제외하면 실질적인 KLPGA의 차기 중계권료는 45억원인 셈이다.
물론 SBS 측과 KLPGA가 2014년 작성한 계약서에 따르면 국내 및 해외 등 '제2의 플랫폼에 중계권을 재판매할 경우 SBS는 그 이익금의 50%를 KLPGA에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앞서 논거로 제시한 중계권 재판매 금액의 연간 10억원을 그 50%로 산정하면 5억원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이는 SBS 측이 상호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투명한 계약 이행을 했다는 전제에 따른다).
그렇더라도 이런 '자동 리쿱(Recoup·제작비를 모두 회수) 구조'라면 SBS 측이 이번에 제시한 100억원의 중계권료는 2014~2016년의 평균 중계권료 45억원과 전혀 차이가 없다. 문제는 협회가 이를 알고도 방관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구조를 납득하기가 쉽지 않다.
SBS 본방으로부터 중계권을 넘겨받아 KLPGA투어를 중계하는 SBS골프는 각 대회 타이틀 스폰서 측에 중계제작비 명목으로 두 가지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본 패키지(CEO 인터뷰 없고, 시상식 짧게 처리)는 4000만원이고, 확장 패키지(CEO 인터뷰와 시상식 풀 중계)는 6000만원이다. 그런데 지역에 따라 영남권은 1000만원이 추가되고, 제주도는 2000만원을 더 받았다.
그렇다. 바로 이 부분이 KLPGA가 타이틀 스폰서에 대해 취하고 있는 기본 정책구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이처럼 지난 3년간(향후 잔여 4개월 포함) 평균 중계권료가 45억원일 때도 여자골프대회 타이틀 스폰서의 운영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 골프대행업체 A대표는 "연간 100억의 중계권료를 지불한다면 내년부터는 대회 제작비가 더 크게 오를 것"이라며 "아마도 수도권은 최소 6000만원, 그 외 지역은 8000만원까지 치솟다가 점차 1억원을 상회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앞으로 대회를 치르는 데 있어 비용 부담이 더 발생할 거란 얘기다.
사진출처=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공식 홈페이지 이는 KLPGA 집행부가 예전 계약서에서 눈감아줬기 때문이다. 2014~2016년까지의 방송 중계권 구매 계약서 제8조에는 ‘스폰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들어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계약서에 명기된 사항이기 때문에 영업(중계제작비 요구)을 하는 행위가 정당했을 테지만, KLPGA는 타이틀 스폰서의 대회 개최에 따른 고비용 부담을 나 몰라라 했다는 얘기가 된다.
더 큰 문제는 KLPGA 집행부가 협회와 회원 권익에 반하는 업무 처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방송사가 지불하겠다는 중계권료의 외형적인 금액이 실은 협회 기금(이익금)과 회원 권익에 반영되지 않고 다시 방송사로 리쿱되는 구조라는 데 있다.
현재 공석인 KLPGA 협회장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강춘자 수석부회장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KLPGA의 내부 상황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열이 회원 입회 번호로 거의 정해지기 때문에) 협회 내부에서 이 문제점을 언급하는 사람이 제대로 없다"며 "그게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특정 방송사와 장기 계약은 방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게 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계권대행업체의 B전무는 "단기 계약은 짧은 시간에 재계약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서로 팽팽한 긴장 관계가 형성되지만 장기 계약은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 구조상 협회가 끌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도 광고로 제작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제작 퀄리티가 더 떨어지는 폐단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 이 얘기는 어느 순간 제작비를 줄이든가, 아니면 대회 개최 타이틀 스폰서 측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더 많은 중계 제작비를 요구하게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