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과 후 분위기가 이토록 달라진 작품이 있었던가. 역시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진리다. 혹평은 호평으로, 평점테러는 예매테러로 180도 바뀐 형국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이례적 장외 전쟁을 치르게 만든 '인천상륙작전'이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향해 질주 중이다. 개봉 3일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지난해 쌍천만 흥행을 이끈 '베테랑', '암살'과 타이 기록도 세웠다. 특정 관객층에게 사랑 받을 것이라 예측 됐지만 '인천상륙작전'을 가장 많이 관람하는 관객층은 중, 장년층이 아닌 20대. 이렇게 예상을 빗나가는 작품도 없었다.
주연 배우 이정재의 말처럼 '반공영화=나쁜영화'라는 공식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먼저 '인천상륙작전'을 접한 이들이 이 작품을 혹평한 이유도 단순히 반공, 국뽕, 애국주의가 강하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강조하려다 보니 인간의 군상을 '선과 악' 둘로 쪼개 이분법적으로 나눴고 긴장감은 넘치지만 그에 비해 모든 캐릭터와 상황이 너무나 평면적이라는 것을 주요 포인트로 지적했다. 평점은 당연히 낮았다.
'인천상륙작전' 측이 쏟아지는 혹평에 속앓이를 한 것은 당연하다. 한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에 "'인천상륙작전'이 속된 말로 왜 까도 되는 영화, 까야 하는 영화로 분류됐는지 모르겠다"며 "영화적인 가치가 충분한 소재라 생각했다. 다른 의미는 없다. 재미없게 봤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정답이고 전체의 반응인양 매도하는 것은 조금 답답하다. 일부러 '죽어라' 짓밟기를 하는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관계자의 말처럼 내 생각이 모든 관객들의 생각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아무리 객관적으로 바라 보더라도 나라는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는 주관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인천상륙작전'은 혹평을 부르는 작품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과거를 추억하며 눈물짓게 만드는 영화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알지 못했던 역사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이는 개봉 후 다수의 관객이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하면서 여실히 드러났다. 앞선 혹평과 비슷한 반응을 나타내는 관객들도 있지만 정반대의 시선에서 '인천상륙작전'을 바라 본 관객들은 영화를 영화로만 바라봤고,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진정성에 집중했다.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영웅들의 이야기에 정치색이 무슨 필요가 있고, 무슨 논란이 필요하냐는 것. 또 이런 영화를 만들지 말라는 말도 누구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혹평과 평점테러를 받고도 살아남은 작품들은 여럿 있지만 포털사이트 댓글의 과반수 이상이 우호적으로 바뀐 진풍경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국제시장', '연평해전'과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애국주의를 담아낸 작품. '인천상륙작전'까지 이어진 또 한 번의 성공은 관객들이 분명 필요로 하는 영화임을 다시 한 번 입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