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하 리우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앰부시(매복) 마케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매복 마케팅이란 올림픽·월드컵 등 대규모 시즌성 행사가 있을 때 공식 스폰서가 아니면서도 교묘히 규제를 피해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마케팅 기법을 뜻한다. 한 마디로 리우올림픽에 무임승차하려는 기업들의 '꼼수' 마케팅이 개막 전부터 극성이다.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오는 6일 올림픽 개막과 함께 칠레·콜롬비아·페루 등 중남미 주요 3개국에서 ‘리오(한국명 프라이드)’ 차종을 활용한 마케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아차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아니라 일반인이 ‘리오’를 외치는 '콜 리오' 캠페인을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기간 사람들이 유튜브·페이스북 등 주요 SNS의 본인 계정에 '리오'를 외치는 짧은 영상을 올리면 인기 영상을 10편을 선정해 1박2일 간 시승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이들 중 시승기를 가장 잘 쓴 1명에게 리우 여행권을 준다. 쌍용자동차는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매복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코란도C·티볼리·코란도 스포츠 등 자사 모델에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을 연상케 하는 '삼바' 디자인을 적용한 한정판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해당 모델 구매 고객에는 추첨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 자유여행권 등의 경품도 나눠 준다.
롯데마트는 4일부터 17일까지 여는 먹거리 대전의 이름을 '파이팅 코리아'로 정하고 '브라질 먹거리'를 판매할 예정이다. 브라질식 치킨인 ‘치미추리 치킨’, 대표 간식 ‘파스텔’ 등을 판다. 직접 ‘리우올림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브라질 먹거리를 판매해 리우올림픽 분위기를 내겠다는 것이다.
딱히 제재할 방법 없어
이들 기업이 '리우'나 '올림픽'이라는 단어를 뺀 채 마케팅을 벌이는 이유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리우올림픽에 참여하는 공식 후원사는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코카콜라·아토스·GE·맥도날드·오메가·파나소닉·비자카드·P&G·다우·브리지스톤 등 11개사 뿐이다.
이들 기업은 IOC에 무려 11억 달러(약 1조22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냈다.
따라서 이들 기업 외 다른 기업들이 올림픽과 직접 연관된 단어를 사용해 마케팅 활동을 하면 IOC로부터 제소를 당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 예산·마케팅부 관계자는 "최근 올림픽 마케팅과 관련해 대행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며 "만약 문제가 되는 마케팅을 할 경우 1차 삭제요청, 2차 경고, 3차 소송 등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일부 기업들의 교묘한 '매복 마케팅'에 대해서는 딱히 제재할 장치가 없다"면서 "공식 후원사 입장에서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써도 되요?…문의전화 하루 수십건
이와 관련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이지고 있다.
지난 2일 편의점 GS25는 'GS25에서 선물 받으면서 리우올림픽 출전 선수들 응원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림픽 관련 마케팅 내용을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냈다가 1시간여 만에 부랴부랴 다시 거둬들였다. '리우올림픽'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실무자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GS25는 아예 보도자료 전체에서 '리우' '올림픽' 등의 단어를 모두 뺀 다른 버전의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여기에서는 올림픽을 '국가대항전'이라는 생소한 단어로 바꿔 지칭했다.
같은 날 소셜커머스 쿠팡도 가전 판매 기획전을 열면서 '리우올림픽'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보도자료를 냈지만 10분 만에 자료 배포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쿠팡은 첫 보도자료에서 "2016 리우올림픽을 맞아 여름 캠핑을 즐기면서도 야외에서 올림픽 경기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는 '승리기원! 캠핑 영상 가전 기획전'을 실시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쿠팡 홍보실은 실무 부서로부터 "리우 올림픽을 직접 지칭하면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듣고 곧바로 보도자료를 수정했다. 결국 쿠팡은 GS25와 마찬가지로 두 번째 보도자료에서 '2016 리우 올림픽'을 모두 뺐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해당 마케팅과 관련한 기업들의 문의가 하루에만 수십건 넘게 오고 있다"며 "마케팅을 실행에 앞서 법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