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양현종(28)이 '불운'을 털고 본격적인 승리 사냥을 시작했다. 양현종은 7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을 수확했다. 시즌 개막 후 6월까지 거둔 승 수와 같다. 지독하게 승운이 따르지 않아 '불운의 아이콘'으로 불렸지만, 7월 그는 더 이상 불운하지 않았다. 내용도 훌륭했다. 33⅔이닝을 책임지는 동안 실점은 7점에 불과했다. 직구 구위가 살아나면서 삼진은 26개를 뽑아냈다. 7월 30일 인천 SK전에서 완투승(9이닝 1실점)을 따내며 7월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양현종은 조아제약 월간 MVP(상금 1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양현종은 지난해부터 '슬로우 스타터'로 변신을 꾀했다. 반복된 후반기 부진이 체력 문제가 아니라 어깨 상태에서 기인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잡지 않았다. 시즌이 시작되면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렸다. 성과를 얻었다. 양현종은 지난해 32경기에 등판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시즌을 보냈다.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양현종은 올해 더욱 페이스를 늦췄다. 7월 반등에 성공하며 이제 가을 야구를 겨냥하고 있다.
- 7월 MVP를 수상했는데. "7월 마지막 승리를 완투승으로 따내 임팩트가 있었던 것 같다. 나지완 형에게 미안하다. 우리팀 선수가 3명이나 후보에 올랐다. 내가 잘했다기보다 팀이 잘했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 완투승으로 7월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전날 중간 투수가 많이 등판해 긴 이닝을 책임지고 싶었다. SK 타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온 것이 도움이 됐다.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몸의 움직임이나 팔이 돌아 나오는 부분에서 좋은 밸런스를 유지했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에 신경을 썼다. 제구에 영향을 받으니까.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세게 던지지 않고, 신중하게 던졌다. 홈런을 맞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던진 것이 제구에서 좋은 영향을 끼쳤다."
- 타선의 득점 지원은 여전히 빈약하다. "비록 등판 날 점수가 많이 나오지 않지만, 수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수비 도움 없이 완투는 힘들다. 야수들이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타자들이 미안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미안한 마음을 받지 않기 위해 잘 던져야 한다. 내가 못 던져서 진 건데, '타자가 못 쳐서 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내가 더 미안하다. 득점 지원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 7월 페이스가 좋아 보인다. 공을 때리는 느낌을 받고 있나. "지난해부터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렸는데, 나름 성공적으로 된 것 같다. 작년은 실험 단계라고 생각한다. 올해도 똑같이 진행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엇보다 감독님과 코치님께 감사 드린다. 나를 믿고, 페이스 조절을 알아서 하도록 맡겨 주셨다. 덕분에 편하게 몸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내 것을 찾은 것 같다. 내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시즌을 준비하겠다."
- 어깨 상태는 어떤가. "올해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약한 통증도 없었다. 시즌 내내 운동을 거르지 않고 있다. 어깨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소홀해지면, 방심하는 순간 목에 칼이 들어온다. 습관처럼 보강과 관리를 해야 한다. 투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게 관리를 해도 체력 문제가 겹치면 100% 컨디션을 만들 수 없다. 지난해부터 루틴을 바꿨다. 선발 등판을 마친 다음날 하루 동안 푹 쉰다. 이후 러닝과 웨이트를 하며 체력을 보강하고, 캐치볼을 시작한다. 등판 전날까지 캐치볼만 한다. 불펜피칭을 하는 것이 맞다고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어깨를 최대한 아끼면서 준비하고 있다. 불펜피칭을 하다 밸런스가 좋지 않으면 무리하게 힘이 들어갈 수 있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와 달리 헥터가 뒤에서 받쳐 주고 있는데. "헥터의 이닝 소화력이 부럽다. 책임감이 무척 강한 친구다. 본인 경기는 끝까지 책임지려고 한다. 내가 부담 느끼는 걸 나눠 가져간다. 지난해보다 한결 편해졌다. 솔직히 부담은 있다. 나와 헥터가 등판하는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러나 나를 믿어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자신감이 생긴다."
- 남은 후반기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까진 탈삼진 1위를 목표로 삼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오르락내리락한다. 시즌이 끝나야 최종 결과를 알 수 있다. 내가 관리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이닝과 탈삼진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하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
- 팀이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가을 야구 진출의 꿈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포수 성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백용환과 이홍구가 이제 경기를 할 줄 알고, 투수를 이끌어 간다. 투수들이 자신 있게 들어가고 있으며, 나도 편하게 던지고 있다. 두 선수가 공부를 많이 한다. 항상 배우는 자세를 보인다. 사실 작년에는 혼도 많이 났다. 결과적으로 안될 때는 너무 자책을 하더라. 올해는 그런 부분이 없다. 대범해졌다. 야구 속설에 '좋은 포수가 있어야 우승 할 수 있다'고 하는데, 4강 싸움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시즌을 마치면 FA와 해외 진출이 남아있는데. "일단 열심히 하고, 시즌이 끝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외진출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은 항상 열어 놓고 있다. 솔직히 나도 내 거취를 모르겠다. 아내가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느 한 가지를 위해 꿈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 하더라. 아내가 나를 존중해준다. 너무 고맙다. 형들이 결혼을 빨리 했으면 좋겠다. 너무 행복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이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