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면세점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교류가 당장 중단됐거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와 같이 사드로 인한 양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실제로 악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신규 면세점들이 좌불안석이다.
요우커 빠지면 끝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들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면세점의 경우 올 상반기 서울 시내면세점에서 중국인 관광객 구매액은 전체 매출에 7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공항면세점을 포함하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 중 중국인의 비중은 약 70%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신라면세점에서도 서울 장충동 면세점 매출의 약 80%를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했다. 공항면세점을 더하면 중국인 매출 비중은 65% 정도다.
신규 면세점인 갤러리아63의 경우에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80~90%에 육박한다.
업체들은 이처럼 중국인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자칫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가뜩이나 당초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규 면세점들의 경우 양국의 갑작스러운 긴장감 조성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은 올해 매출 목표액을 1조원으로 잡았지만 현재 일 매출은 약 7억원으로 목표 매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목표 매출을 달성하려면 일 매출 40억원을 달성해야 한다.
두타면세점과 SM면세점도 각각 연 목표 매출을 5000억원과 3500억원으로 잡았지만, 현재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목표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갤러리면세점과 용산 신라 아이파크 면세점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 면세점 관계자는 "신규 면세점의 경우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예상 밖의 이슈로 인해 자칫 매출이 하락하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B 면세점 관계자도 "아직까지 큰 피해가 없지만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가 지속되면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수도 있다"며 "올해 상반기 중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면세점 매출액이 상승한 시점에서 찬물을 끼얹진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 여행 취소 잇따라
면세점 업계의 이 같은 우려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일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국 방문 취소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개최된 '2016 대구치맥페스티벌'에 참석 예정이었던 중국인 300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중국도자기협회도 한국에서 개최 예정이던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정부는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제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언제든지 한국 여행을 전면 금지 시킬 수도 있다"며 "정부가 비자 발급 등을 까다롭게 하거나 한다면 여행객은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일본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다오위다오)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을 당시 일본으로부터의 수입품 통관을 강화하고 일본 관련 관광상품 판매제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단체관광객들의 일본 여행도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당시 중국 국경절(9월말~10월초) 연휴 기간에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30%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에 대해서도 언제든 무역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늘리고 여러 가지 규제를 풀어줬지만 결국 사드로 인해 최대 고객인 유커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현재로서는 대립이 격화될 가능성이 높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꼭 사드 때문은 아니더라도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만 바라보지 말고 한류에 관심이 높은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