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브라질에서 한국 축구는 끝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2년 뒤 이곳에서 밝은 미래를 기약했다. 그동안 브라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 절망의 땅
2014년 한국 축구에 브라질은 '악몽'이었다.
브라질월드컵에 나선 국가대표팀은 국민들에게 시련과 상처를 남겼다. 홍명보(47)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H조에 속해 1무2패에 그치며 조 꼴찌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1차전 러시아전에서 1-1 무승부로 선전했으나 2차전에서 약체로 평가 받던 알제리에 2-4 완패를 당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을 제외하고 톱시드가 아닌 팀에 처음으로 4골을 허용하는 굴욕을 당했다. 3차 벨기에전에서는 상대가 한 명 퇴장당해 수적 우세를 점한 상황에서 0-1로 패배했다.
브라질발 폭풍은 거셌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2년 4강 신화를 계기로 축구의 변방에서 꾸준히 세계 축구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려던 분위기가 처참하게 깨진 것이다. 한국 축구는 다시 변방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의리 논란 등 숱한 논란거리를 만들며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국민들의 신뢰는 무너졌다.
월드컵을 마치고 귀국했던 2014년 6월 30일 인천공항. 이곳에서는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일부 팬들이 과격하게 항의한 것이다. 그들은 '한국 축구는 죽었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귀국한 대표팀에게 "엿 먹어라!"고 외치며 엿을 던졌다.
◇ 희망의 땅
브라질월드컵의 상처가 완벽히 아물지 않았던 2016년 8월. 브라질은 희망의 땅으로 변모했다. 형들의 상처를 아우들이 치유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한국 축구는 기적을 일궈냈다.
신태용(46)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은 2승1무, 승점 7점을 기록하며 C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1차 피지전에서 8-0 대승을 거둔 뒤 우승 후보 독일과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리고 3차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1-0으로 무너뜨렸다.
신태용팀은 조별예선에서 수많은 신기록을 작성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조 1위를 차지한 것과 동시에 조별리그 최다 승점(7점), 2회 연속 8강 등의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올림픽 기록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세계 대회를 통틀어 한국의 한 경기 최다 득점(피지전·8골) 및 조별리그 최다 득점(12골)을 기록했다. 세계 대회에 나서 디펜딩 챔피언을 격파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8강에서 온두라스에 0-1로 패배해 2회 연속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이 남긴 업적은 박수받기에 충분하다. 특히 역대 최약체라는 편견 속에서 이룬 결실이기에 감동은 더욱 크다. 지난해 2월 올림픽팀을 이끌던 이광종(52)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감독을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대표팀 코치였던 신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이후 수많은 위기가 찾아왔지만 신 감독과 아이들은 끈끈한 '원 팀'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4강이 좌절된 뒤 신 감독이 특히 이 부분을 강조한 이유다. 그는 "이 팀을 맡아 1년 6개월을 끌고 오면서 '골짜기 세대' '희망이 없다'는 평가들이 많았다"며 "선수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겨 냈다. 이곳에서 강호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털어놨다. 브라질의 절망을 다시 희망으로 바꾼 그들의 과정과 결실. 브라질에 대한 이미지를 바꾼 것 하나만으로도 신태용팀은 분명 '성공작'이다.
2년 전 엿이 날아들었던 인천공항. 17일 오전 11시 올림픽팀이 인천공항으로 귀국한다.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