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준비한 주말드라마가 모두 베일을 벗었다. 단순한 시청률 수치로만 따지면 역시 KBS의 압승이다.
지난 27일에는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MBC '불어라 미풍아', SBS '우리 갑순이'가 나란히 방송됐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다른 두 작품에 비해 약 45분가량 일찍 방송되는 편성이라 객관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드라마를 떠나 일요일에 방송된 프로그램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면서 주말극 강자 KBS의 자존심을 지켰다.
동 시간대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와 '우리 갑순이'는 '불어라 미풍아'가 10%대 시청률을 넘기면서 '우리 갑순이'를 이겼다.
하지만 화제성은 또 다르다. 특히 이들 작품은 모두 전작 시청률의 영향력을 받은 것으로 보여 앞으로 판도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어떤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시작하는 작품들은 초반 시청자들을 유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회와 2회 방송을 통해 시청률 변화(닐슨코리아 전국기준)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또 각 드라마가 내세운 스토리 라인과 가장 큰 사건은 무엇인지 되짚어 봤다.
▶(PM 8:03)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22.4%→28.1%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첫 회 시청률 22.4%를 기록, 예상보다 저조한 수치를 나타냈다. 전작인 '아이가 다섯'이 2월 20일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26.8%를 기록, 종영 시청률은 29.1%였기 때문에 최소 25%는 넘길 것으로 예측된 것. 신구 김영애 차인표 라미란을 필두로 이동건 조윤희 최원영 오현경 현우 등 캐스팅 라인업도 화제성을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시청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KBS 주말극의 위상이 그대로 무너지나 싶었지만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2회를 통해 시청률 28.1%를 터뜨리며 다시 안정감을 찾았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1회에서는 양복점 주인 신구의 가출, 그리고 2회에서는 본인이 목표했던 것을 지켜내지 못하며 인생의 낙오자가 된 차인표 이동건 최원영 현우의 모습을 그렸다. 백화점 기성복에 밀려 더 이상 양복점을 찾지 않는 세상을 어렵게 받아들인 신구는 양복점 폐점을 결정지었지만 자기 손으로는 문을 닫지 못하겠다는 편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이후 양복점을 두 번이나 말아먹은 재단사 차인표, 대기업 정치 싸움에 밀려 좌천된 이동건, 비운의 가수 최원영, 아나운서가 된 여자친구 앞에 당당하게 서지 못하는 7포 세대 현우의 스토리를 전하며 이들이 '양복점 신사들'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 새로운 로맨스의 탄생도 가늠케 했으며 무엇보다 막장없는 가족극으로 승부수를 띄워 공감대를 높일 전망이다.
▶(PM 8:47) MBC '불어라 미풍아' 10.4%→11.6%
'불어라 미풍아'의 첫 회 시청률은 10.4%, 2회 시청률은 11.6%로 2회 동안 10%대 시청률을 지켜내며 소폭 상승하는 재미까지 맛 봤다. 하지만 전작 '가화만사성'이 첫 방 15.1%로 출발해 16.2%로 마무리 지은 것과 비교하면 5%P 이상 뚝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초반에는 아역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2회부터 본격적으로 성인 배우들이 등장하면서 3회부터 진짜 승부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tvN '삼시세끼'를 통해 호감 지수가 높은 손호준의 활약이 브라운관에서도 통할지 지켜볼 만 하다.
'불어라 미풍아'의 포인트는 역시 남과 북이다. 남한 남자와 북한 여자라는 주인공의 조합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하다. 1회에서는 손호준(장고)과 임지연(미풍)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전해졌다. 손호준의 아역은 윤찬형이, 임지연의 아역은 이영은이 연기해 톡톡튀는 매력을 뽐냈다. 또 남한에 살고 있는 임지연의 할아버지 변희봉의 1000억대 재산을 둘러싼 이야기도 전개됐다. 2회에서는 변호사가 된 손호준과 탈북을 감행하며 북한 고위간부 딸에서 밑바닥 인생으로 전락한 임지연의 재회가 실현돼 이들의 관계 발전에 흥미를 높였다. ▶(PM 8:45) SBS '우리 갑순이' 6.8%→8.4%
'그래, 그런거야'의 실패가 '우리 갑순이'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우리 갑순이'의 첫 방송 시청률은 6.8%로 '그래, 그런거야' 첫 방송 시청률 4.3%에 비해서는 높지만, 마지막 시청률 9.2%에 비해서는 낮았다. 하지만 2회 시청률이 8.4%까지 오르면서 동 시간대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와 격차를 좁혔다. 앞으로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스토리와 화제성이 시청률 상승에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사실상 스토리로만 따지고 보면 '우리 갑순이'가 가장 강력했다. '우리 갑순이'는 초반부터 '혼전임신'이라는 명확한 키워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 나갔기 때문. 2회에서 김소은(신갑순)이 유선(신재순)에게 임신 사실을 고백하는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12.3%를 기록하며 '우리 갑순이' 최고의 1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김소은은 아이 아빠 송재림(허갑돌)에게 이별을 선언한 후 절에 들어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려 했던 터라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린 것. 우리 시대 결혼과 연애, 가족 이야기를 그릴 것이라 자부한 '우리 갑순이'가 '그래, 그런거야'로 상처받은 SBS를 살려낼 효자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