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3회에서는 김승수(왕)과 박보검(이영)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내비치며 치열하게 다툰 후 오해를 풀고 왕과 세자 전 진정한 '아버지와 아들'로 발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매일 환각에 시달리는 김승수는 박보검을 불려 "대리청정을 시킬테니 마음의 준비를 해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영은 "싫다. 세자로 태어나는건 내가 선택하지 못했지만 어떤 세자가 될지는 내가 선택하겠다"고 반박했다.
박보검은 어린시절부터 왕의 자리에 앉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김승수에 대한 불신이 마음 가득 쌓여 있었다. 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김승수를 찾아 울부짖었던 꼬마세자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알았고 권력을 알았고 시기와 암투를 알았다. 이에 자신의 본 모습을 철저하게 숨기며 사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세자였다. 박보검은 김승수와 만나기를 꺼려했고 무조건 피하려고만 들었다. 하지만 장광(상선)이 자꾸만 엇갈리는 두 사람을 안타까워 하며 "서로 등만 바라 볼 것이냐"고 하자 박보검은 그제서야 제 뜻을 전하기 위해 김승수와의 독대를 자청했다.
특히 박보검은 김승수가 사랑하는 여인 전미선(숙의박씨)를 7년간 외면하며 백지 서찰을 건넨데 대해 분노, "무엇이 두려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냐.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그러지 않았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내게 기다리라고만 하지 않으셨냐. 뭐라도 하셨어야 했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이는 왕 김승수가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김승수는 왕의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하면 제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을 깨우쳤다. 백성이 죽었고, 중전이 죽었다. 남은 이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김승수의 처연한 고백은 박보검의 마음을 움직였다.
또 정녕 아무것도 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던 김승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가 전미선에게 전달한 서찰은 백지였지만 백지가 아니었다. 능금식초를 이용, 불에 쬐어야만 글씨가 드러나는 비밀 서찰을 만들었던 것. 김병연(곽동연)과 김유정(홍라온)은 이를 포착했고 전미선에게 건넸다. 박보검이 '아버지' 김승수에 대한 오해를 풀어내는 결정적 한 방이었다.
결국 박보검은 대리청정을 받아들였다. 그는 대리청정을 공식 발표하기 전날 밤 김승수를 찾아 "짐을 나눠 드리겠다. 하지만 한 가지만 부탁한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말해 김승수를 감동케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어리숙한 세자인 척 행동하던 박보검은 "아직 몸은 성인이나 마음은 어리다. 감당못할 일을 안겨주려하십니까"라고 거절하는 듯 말하더니 눈빛을 180도 바꾼 채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못할 이유 또한 없겠다"고 말해 노련한 신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날 방송에서 김승수와 박보검이 보여준 연기는 시청자들을 TV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들었다. 각자 이유가 있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대립하는 모습부터 낯간지러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시 손을 잡는 모습까지 한 번 봤다면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탄생시킨 것.
시청자들 역시 '오늘은 김승수가 다 했다. 펑펑 울었다', '이런게 미친 연기구나 새삼 느꼈다. 대박 소리가 절로 나온다', '짠내나는 부자. 이제 꽃길만 걸으세요' , '유치한 드라마일 줄 알았는데 단짠단짠이 강하네. 정착해야지', '연기 구멍이 없다. 연출까지 완벽하다', '박보검 이렇게 연기 잘하는 줄 몰랐다. 매 회 놀라고 있는 중' 등 반응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