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레이 블린트(26)와 에릭 베일리(22)가 완벽한 궁합을 뽐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새로운 강철 방패로 거듭났다.
맨유는 2016-2017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3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전승을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첼시에 각각 득실차와 다득점으로 밀리며 3위에 머물고 있지만 수비력만큼은 그 어떤 팀에도 밀리지 않는다.
맨유는 3경기 동안 단 한 골만을 내줬다. 지난 14일 치러진 본머스와의 개막전에서 후반 23분 아담 스미스(25)에게 실점을 허용했으나, 그 이후에는 어떤 팀에게도 골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리그 최저 실점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맨유 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맨시티와 첼시는 각각 3실점과 2실점을 기록했다. 또한 모든 팀을 통틀어도 1점 이하로 실점한 팀은 맨유 뿐이다.
블린트와 베일리의 활약 덕분이었다. 두 선수는 레스터 시티와의 커뮤니티 쉴드 경기를 통해 공식경기에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고, 이어진 리그 3경기에서도 나란히 선발 출전하며 맨유의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당초 블린트와 베일리가 주전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크리스 스몰링(27)과 필 존스(24)가 주전을 꿰찰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다. 영국 유력 매체 ‘가디언’은 지난달 “무리뉴 감독은 스몰링과 존스를 첫 번째 센터백 조합으로 선택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블린트의 입지가 급격히 흔들렸다. 베일리는 즉시 전력감은 아닐지라도 출전 기회를 얻으며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 반면, 블린트는 무리뉴 감독의 눈 밖에 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자연스레 이탈리아, 스페인 이적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블린트는 좌절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블린트는 “무리뉴 감독의 지도를 받고 싶다”라며 잔류 의사를 표명했고, 당당히 주전 경쟁에 뛰어 들었다. 베일리 또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존 선수들과의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블린트와 베일리를 위건과의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부터 선발 기용하며 실험을 시작했다. 이에 블린트와 베일리는 무실점으로 기회를 준 무리뉴 감독에게 보답했고 이어진 갈라타사라이, 에버턴과의 친선전에서도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하며 입지를 다졌다.
반면 스몰링과 필 존스는 자신들의 기량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다. 스몰링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6 이후 떠난 휴가에서 해파리에 쏘이며 프리시즌 일정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존스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에서 베일리와 함께 센터백으로 출전하는 등 몇 차례 기회를 잡긴 했으나 무리뉴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블린트와 베일리가 주전 센터백 조합으로 낙점됐다. 이들은 커뮤니티 쉴드 경기를 포함한 총 4번의 공식경기에서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맨유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두 선수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찰떡궁합을 뽐냈다. 블린트는 정확한 롱패스로 베일리의 부족한 패싱력을 보완했고, 이런 베일리는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앞세워 블린트의 수비에 안정감을 더했다.
이에 영국 ‘후스코어드닷컴’은 블린트와 베일리에게 리그 3경기 평균 평점 7.52점과 7.39점을 부여하며 이들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베일리는 본머스전과 헐시티전에서 구단 공식 MOM(경기 최우수 선수)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두 선수를 향한 찬사가 이어졌다. 무리뉴 감독은 베일리에 대해 “배운 것을 바로 흡수하고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BBC’의 해설위원 대니 머피(39)는 “블린트는 경기를 읽는 능력이 뛰어나며 항상 정확한 패스의 길을 찾아낸다”라며 블린트를 맨유의 소리 없는 영웅으로 꼽았다.
블린트와 베일리의 조합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무리뉴 감독은 활발한 로테이션 보다는 베스트11의 기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어떤 포지션 보다 조직력이 중요한 수비진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뉴 감독이 굳이 조직력 저하라는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블린트-베일리 조합을 해체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