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암 니슨 탄생이다. 배우 박근형(76)이 액션 영화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술, 담배는 일절 하지 않으며 여전히 몸 관리에 철저하다. 모두가 "할 수 있겠냐" 우려했지만 결국 해냈다.이 작품으로 42년 만에 제20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기 못하는 후배들을 '똥배우'라 거침없이 지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부단한 노력과 열정에 있다. 누군가를 감동줄 수 있는 연기를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박근형은 살아있는 전설이자 영원한 로맨티스트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끝이 없어 보인다.
"제대로 된 배우가 되려면 50년은 필요하다. 나도 이제 막 연기에 눈을 떴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근데 요즘에는 배우들도 그렇고 연기를 너무 쉽게 생각한다.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가 얼마나 큰 파장을 가져오는지 곰곰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느끼는 연기의 맛은 무엇인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창조해낸다는 게 즐겁다. 난 작품 속 역할을 한 번도 캐릭터라고 이야기해본 적 없다. 역할이라고 말하면서 나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난 예술을 창조하고 있고, 나의 지적인 부분과 상상력을 집중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역할이라고 격을 높여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처럼 상업적인 캐릭터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연극 활동을 꾸준히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인가.
"나라에서 기초 연극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 한달에 28만원 벌면서 최저임금도 못 채우고 처참한 생활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그 난리치는 한류가 어디에서 나왔겠나. 연극 이전에 악극, 신파에서 나온 것이다. 기초를 살려야 한다. 지금의 한류를 만든 것은 그동안의 역사다. 단지 1~2년 노래한 것을 한류로 수출했다고 생각하는건 착각이다.
5000년 역사를 가진 우리 민족이 적어도 예술 활동에 있어서는 독보적 존재라고 생각한다. 첨단산업에서 앞서듯이 예술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은 역사가 고작 수 백 년이고, 우린 그 보다 더 긴 귀중한 역사가 있는데 충분히 되지 않겠나. 한류 이상의 것이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것을 세계화 시키면 된다.
그래서 나이는 먹었지만 불러주는 한 연극계에서 활동하고 싶다. 최근 40년 만에 무대에 섰는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젊었을 때 내가 좋아했던 무대 연기를 다시 맛 보니 좋더라. 연극은 내 고향이고 내가 태어난 곳이다. 회귀본능이지. 그래서 나도 적어도 1년에 한 편 씩은 꼭 연극을 하기로 약속했다."
-그런 의미에서 연기를 못하는 똥배우들은 여전히 많은가.
"그 때도 특정 누구를 지칭했던 것은 아니다.(웃음) 연극학도 시절에 연출이나 선생들이 연기를 못하면 '에라이, 똥배우 같은 놈아'라고 하시면서 발길질을 하곤 했다. 그 이야기를 한 것인데 내용이 잘못 알려졌다. 그리고 연기를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역할에 대해 성공했다 실패했다고 말하는 것이 맞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후배를 꼽는다면?
"전도연. 전도연은 어릴 때부터 연기에 대해 정말 집요하게 파고들고 토론하고 덤벼들었다. 작고 여리 여리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강했다. 악바리다. 그럼 어떻게든 배우가 되더라. 앞으로 억센 어머니부터 더 많은 캐릭터를 맡게 될 텐데 나이가 든 후에는 어떤 연기를 해낼지 아주 궁금하다. 도연이가 '장수상회' 개봉 때 시사회에 와서 꽃 두 송이를 나에게 주더라. '선생님~ 이거 꽃집에서 제일 비싸고 예쁜 꽃이에요'라면서 너스레를 떨더라. 센스도 있고 마음 씀씀이가 예쁘다."
-이번에 손녀로 함께 호흡맞춘 고보결은 어땠나.
"아주 잘 한다. 깜짝 놀랐다. 눈이 너무 맑아서 연기를 하다가 눈만 보고 있어도 울렁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았다. 더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지켜 볼 만한 친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