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암 니슨 탄생이다. 배우 박근형(76)이 액션 영화에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술, 담배는 일절 하지 않으며 여전히 몸 관리에 철저하다. 모두가 "할 수 있겠냐" 우려했지만 결국 해냈다.이 작품으로 42년 만에 제20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기 못하는 후배들을 '똥배우'라 거침없이 지적할 수 있는 원동력은 부단한 노력과 열정에 있다. 누군가를 감동줄 수 있는 연기를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는 박근형은 살아있는 전설이자 영원한 로맨티스트다.
※인터뷰 ③에서 이어집니다.
-서구적인 외모가 돋보이는 과거 사진이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이야 서양 문화를 많이 접하니까 잘생겨 보이는 것이지 나 젊었을 때는 한국 사람 얼굴이 아니라면서 다들 별로 안 좋아했다. 까만 얼굴에 계란형 얼굴, 코는 스페인 사람 같다고 했다. 외모 때문에 쓰임새가 적어질 땐 비참했다. 역할도 노름꾼, 난봉쟁이가 전부였다. 키도 멀대처럼 커서 혼자 튀었다. 나에게 좋은 시대를 늦게 만났다.(웃음)"
-불만도 많았을 것 같다.
"당연하지. 난 잘하고 있는데 '왜 날 안 뽑아주나' 싶었다. 그래서 연극에 집중했는데 어쩔 땐 죽고 싶기도 했다. 결국 포기하고 시골에 내려간 적도 있다. 그러다 연극상을 받고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이제라도 내 얼굴이 보기 편해져 다행이다. 그 땐 정말 고민이 많았다."
-액션에 이어 멜로 도전도 가능할까?
"시나리오가 추하지 않게만 쓰여진다면.(웃음) '장수상회'에서 멜로는 아니었지만 그 비슷한 감정을 연기했다. 이제 우린 멜로라고 할 수는 없고 남은 여분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 늙어서도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노년만 되면 다 놓아버리려고 하는데 그럴 필요없다. 뒤로 처지면 안 된다."
-어떤 이야기에 가장 관심이 많은가.
"사람 이야기를 하는 작품은 자신 있게 덤벼들 수 있다. 세계적으로 통하는 스토리 아니냐.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울지 몰라도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끝까지 추구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가족극을 표방한 자극적인 내용의 드라마도 많지 않나.
"난 개인적으로 막장 드라마도 한 장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재미 아니냐. 그들 만의 철학이 있다. 물론 돈 내고 보라 그러면 안 보겠지만.(웃음) 그것도 발전하면 괜찮은 작품이 될 수 있다."
-tvN '꽃보다 할배' 여행 계획은 아직 없나
"글쎄. 있어도 안 할 것이다. 멤버를 교체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섭외가 들어오면 고민은 하겠지만 고생스럽다.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식사하고 저녁 7시까지 걷는다. 액션보다 여행이 더 힘들다. 잠자리, 먹는 것도 다 불편했다. 하지만 우리 네 사람은 특별하다. 우리 같은 조합을 후배 배우들 속에서 어떻게 골라내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1년에 한 작품은 꼭 해 왔다. 휴식을 취하고 싶지는 않은가.
"전혀. 쉬면 뒤떨어져서 안 된다. 초반엔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이라 고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부족한 것을 계속 채워나가야 한다. 어느 정도 안정되고 눈을 뜨기 시작하니 오히려 계속 달리고 싶지 한 시도 놀고 싶지가 않더라. 힘에 벅차면 쉬고 싶겠지. 부족하니까 일단 쉬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더 하고 싶다."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늙어서도 꿈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건강하게 유지 시키는지 아냐. 근데 노년이라는 이유 만으로 사회에서 점점 소외된다.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는 없다. 우리 모두 자신의 전문 분야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자발적으로 끊임없이 사회에 참여해야 한다. 어쩌면 젊은 친구들보다 더 무모하게 덤벼들고 부딪히면서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랜드파더'는 박근형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노년에 한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도전이었고 모험이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은 충실하게 잘 한 것 같다. '그랜드파더' 같은 작품이 다시 들어온다면 또 할 생각이다. 노인들이 직접 사건에 끼어들어서 영화 속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았다. 전달하는 의미가 많다면 무조건 해야지. 다만 노인의 이야기로 해프닝이 벌어지는 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