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 이승엽(40·삼성)은 한·일 통산 600홈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이제 기념비적인 기록까지 딱 두 개가 남았다.
열기도 뜨겁다. 4일 잠실 두산-삼성전에선 이승엽의 타구가 외야로 날아갈 때마다 엄청난 함성이 야구장을 메웠다. 이날 잠실구장 관중은 1만9009명. 왼손 타자인 이승엽이 가장 홈런을 많이 날리는 오른쪽 외야석은 일찌감치 관중으로 가득 찼다. 이승엽의 홈런공을 잡기 위한 인파가 집중적으로 몰렸다.
때로 열기가 과열돼 뜻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바로 이 경기에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
이승엽은 팀이 0-3으로 뒤진 4회 1사 1루서 외야 우중간으로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홈런을 예상한 관중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을 정도로 멀리 멀리 날아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힘이 실리지 못했다. 아쉽게도 타구는 외야 펜스 바로 위에 설치된 노란색 안전봉 바로 아래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때 글러브를 낀 손 하나가 그라운드 안쪽으로 쑥 들어와 이승엽의 타구를 낚아챘다. 홈런볼을 잡으러 왔던 한 어린팬이 공을 잡고 싶은 마음에 실수를 한 것이다. 구장 안전요원들이 이 어린이 팬에게 향했다. 야구장 방해 행위 규정은 이 경우 관중 퇴장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라는 정상이 참작돼 좌석을 이동하도록 했다.
야구규칙에 따르면 '관중이 경기장 안으로 몸을 내밀거나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 인 플레이의 공에 닿았을 경우'에는 볼 데드가 된다. 이에 따라 이승엽의 타구는 인정 2루타가 됐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진행됐다면 1루 주자 구자욱이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상황. 그러나 이 어린이팬의 방해로 삼성은 득점 없이 1사 2·3루 기회를 이어가야 했다. KBO리그 사상 첫 1400타점 고지에 단 5점만을 남겨놨던 이승엽의 타점 하나도 그렇게 날아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벌어진 사건은 같지만, 결과는 달랐다. 뉴욕 양키스와 볼티모어가 맞붙은 1996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1차전. 당시 양키스 신인이었던 데릭 지터는 8회 우익수 뒤로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상대 우익수 토니 타라스코가 펜스 바로 앞에서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그러나 당시 11세였던 어린이팬 제프 마이어가 글러브를 뻗어 타구를 낚아챘다. 우익수 플라이가 홈런으로 둔갑했고, 양키스는 그해 결국 1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