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이 애써 외면하려했던 제 사랑을 인정했다. 상사병 증세를 보일 정도로 깊어진 마음은 스스로도 막을 길이 없었다.
6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는 청나라 사신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김유정(홍라온)을 구하는 박보검(이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박보검이 김유정을 냉정하게 대하려 하자마자 사건은 터졌고 박보검은 결국 다시 김유정을 찾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짧고 굵게 끝난 냉전기에 환호했다.
이 날 방송에서 박보검은 김유정을 끊임없이 여자로 의심했다. 하지만 김유정이 진영(김윤성)과 함께 기방에 출입해 기생들과 어울리는 척을 하자 박보검은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네가 사내라는 것을 내가 잠시 잊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여자로 착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며 차갑게 대했다.
문제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하루종일 시종일관 박보검은 김유정을 떠올렸다는 것. 이유를 알 수 없어 어의에게 진단까지 받은 박보검은 어의가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고 설명하자 크게 당황한 듯 "무엄하다"라고 소리치며 제 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명 '입덕부정기'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김유정이 여자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속속 등장했다. 진영은 애초부터 김유정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관 마종자(최대철 분)까지 등판하면서 김유정은 위기의 한 복판에 서 있게 됐다.
여기에 청나라 사신들까지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춤을 췄던 무희가 김유정이라는 것을 파악했고 사신은 세자 박보검을 인질로 삼아 김유정에게 접근, 겁탈하려 했다. 내관복도 더 이상 김유정의 정체를 가려줄 수 있는 방패막이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김유정의 뒤에는 언제나 박보검이 있었다. 박보검은 겁탈 당할 뻔한 김유정을 구했지만 청나라로 잡혀 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김유정에게 "너를 보면 화가 나 견딜 수 없다"고 소리쳤지만 박보검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곧 "앞으로 나를 위해 참지 말라. 다신 그러지 말라"고 호소해 애틋함을 자아냈다.
박보검은 남색을 즐긴다는 소문에 휩싸여 폐위될 위기에 처했지만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김유정을 구해내기 위한 방도를 세웠다. 그리고 이를 박보검 몰래 진영이 도왔다. 진영은 곽동원(김병연)에게 청나라 사신의 밀거래 정보를 전달했고, 박보검은 곽동연과 함께 현장을포착, 김유정을 구출하는데 성공했다.
'엔딩요정'이라 불리고 있듯 이 날 엔딩 역시 박보검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유정이 "저를 보면 화가 난다고 하지 않았냐. 괜찮냐"고 묻자 박보검은 "지금도 화가 난다. 근데 안 보이니까 다 미칠 것 같았다. 내 곁에 있어라"라고 고백했다.
결국 박보검의 입덕부정기는 위기 해결과 함께 하루만에 끝나버렸다. 시청자들은 박보검과 김유정이 계속 엇갈릴까봐, 박보검에 의한 냉전기가 오래 지속될까봐 걱정했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은 시청자들을 농락하지 않은 채 시청자들이 원하는 스토리를 쭉쭉 이어나갔다. 높은 시청률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왠지 김유정이 여자인 것 세자도 아는 것 같다.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아', '입덕부정기에 돌입하자마자 폴인럽이라니. 역시 사랑꾼 답다', '직진 마인드 멋있어 죽겠다. 매 회 레전드 갱신', '이런 제멋대로 세자는 환영입니다', '명대사가 쏟아진다. 떨려서 잠을 못 자겠어', 'PD님 작가님 복 받으소서' 등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