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에서 김동영이 맡은 역할은 공시생 동영, 고달픈 청춘이다. 극 중 가장 열심히 공부하지만, 합격증을 받지 않는 이상 대학 신입생 시절 받은 동아리 티셔츠를 입는 공시생일 뿐인 인물이다.
지난 6일 방송된 '혼술남녀' 2회에서 김동영이 고달픈 삶이 시청자를 울렸다. 하연수는 김동영의 군 복무를 기다려 준 고마운 여자친구. 끝이 보이질 않는 김동영의 공시생 생활도 참고 견뎌내주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결국 하연수는 김동영에게 이별을 고했다. "미안하다"는 하연수에게 김동영은 "내가 더 미안하다"며 진심을 전했다.
시청자를 울린 대목은 바로 그 뒤, 김동영이 눈물의 제육볶음을 먹는 장면이다. 하연수는 김동영을 위해 식당에 돈을 맡기고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제육볶음을 내어 달라 부탁했다. 김동영은 이제 전 연인이 돼 버린 하연수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김동영의 생활연기는 공시생의 아픈 눈물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했다. 지금 이 순간 노량진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그가 현실과 사랑 사이에서 결국 백기를 들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은 드라마 속 장면 그 이상의 울림을 줬다. 김동영의 연기는 선을 넘지 않는다. 시트콤 같은 드라마 '혼술남녀'이지만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오버하는 것이 아닌, 현실적인 공시생을 담백하게 표현한다. 그런 김동영이기에 이날 보여준 눈물의 제육볶음 신은 더욱 구슬프게 다가왔다.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눈물을 끝내 참지 못하는 김동영은 이 드라마를 시청 중인 여느 청춘과 다를 바 없었다.
김동영은 주로 스크린에서 활약해 온 배우다. 1999년 '내 마음의 풍금'에서 전도연 옆에서 5학년 1반 아이들 중 하나인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끝까지 간다', '완득이' 등의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위대한 소원'을 통해 주연으로 발돋움, 코믹 연기에 발군의 재능을 입증하기도 했다. 올 추석 기대작 중 하나인 '밀정'에도 모습을 비춘다.
스크린 속 재야의 고수가 '혼술남녀'를 통해 보다 폭넓은 대중 앞에 나섰다. 아직 2회 방송됐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김동영을 향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눈물의 제육볶음을 보며 함께 눈물지었다면, 김동영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단 이야기다. 배우 김동영이 보여줄 내공이 '혼술남녀'를 더욱 진한 공감극으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