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노홍철 복귀의 연이은 실패와 무한도전 야심차게 복귀를 알렸던 ‘길바닥쇼’와 ‘내 방의 품격’이 연이어 종영의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이서진, 김종국과 손잡고 론칭했던 ‘어서옵쇼’마저 폐지설이 돌고 있다. 그나마 전현무의 후임으로 바통을 이어받은 ‘굿모닝FM’은 청취율 1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고, MBC에서 추석 파일럿 ‘머니룸’을 김성주와 공동 진행하게 되어 TV 화면에서 얼굴이 사라지는 것만은 간신히 면했다. 그러나 파일럿이니만큼 고정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가능성은 아직 쉽게 확신할 수 없다.
이처럼 노홍철은 음주운전 이후 복귀한 방송가에서 혹독한 평가를 받으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떠나 진정한 방송인으로서 시험 무대에 올랐지만 받아든 성적표는 사실상 낙제나 다름없다. 늘 준비된 방송인이자 예능 천재로 불렸던 노홍철의 이 같은 지지부진한 행보는 보는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밖으로 나돌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오라”며 무한도전의 복귀를 종용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골자는 이렇다. 자숙은 할 만큼 했으며, MC로 홀로서기를 할 때보다 무한도전 안에서의 캐릭터 호흡이 더 빛을 발하고, 정형돈의 하차로 인한 공백이 생긴 만큼 5인체제의 무한도전이 제대로 힘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풀이1: 잇따른 음주운전 사건으로 더 무거워진 도덕적 잣대 조례로 명문화되어있지 않은 이상 특정 범죄에 어느 정도의 자숙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를 풀기에는 너무나 어렵다. 그러므로 “이 정도면 충분한 자숙이다”와 “얼마나 됐다고 복귀하는가”의 첨예한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절충안은 사실상 없다.
최근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이 속속 복귀의 신호탄을 쏘면서 방송가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걸 보면 도덕적 잣대의 문제는 더욱 도드라진다. 능력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다른 분야의 종사자들은 다 수용 가능한 문제인데 예능인들에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하다. 결국 복귀 연예인의 진심을 알아주고, 시청자들이 이를 수용하느냐 아니냐에 달린 문제여서 노홍철의 무도 복귀를 추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정확하다.
다만 최근 들어 일부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이 유행이라도 탄 듯 급증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건사고 또한 덩달아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사회적 지탄이 높아졌다. 자신의 경력에 음주운전이라는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를 새긴 노홍철이 무한도전에 돌아가기에는 ‘도덕적 잣대’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커져버린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풀이2: 노홍철의 자리는 무한도전에서‘만’ 빛난다? ‘무한도전’ 밖에서 노홍철이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은 무도 내 화려한 활약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초라한 수준이다. 무지개동아리 회장으로 진행을 맡았던 ‘나 혼자 산다’가 그나마 대중들의 뇌리에 박혔던 화제의 프로그램이었을 정도였고, 단독 진행이나 공동 진행으로 MC를 맡은 프로그램들은 거론할 인지도가 미약하다.
결론적으로 노홍철은 집단 구성의 ‘캐릭터 쇼’에서 빠른 순발력과 어휘능력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 호흡을 맞춰가는 능력에 특화된 방송인이고, 이는 그간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무한도전’에서 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무한도전에서의 노홍철이란 캐릭터가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것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노홍철의 복귀를 그저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방송 복귀 후 라디오 말고는 달리 호성적을 낸 방송이 없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다. 하차 전 활기차고 긍정적이던 노홍철의 캐릭터가 하차 이후로 많이 희석되었고 캐릭터를 살리는 콘셉트보다는 방송을 진행하는 MC 역할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잘 되고 성공해 금의환향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이렇다 할 내놓을 성과도 없는데 무한도전에 복귀한다는 것은 결국 짐이 될 뿐이다. 무한도전으로서도 적잖은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노홍철이 자리를 비운 2년이 약간 안 되는 시간 동안 무한도전 또한 너무나도 변해버린 것도 문제라면 문제다. 하하가 전역 후 2년의 공백을 끝내고 무한도전에 복귀했을 당시 변해버린 무한도전 속에서 캐릭터를 제대로 잡지 못해 1년여의 시간을 방황했던 과거를 상기했을 때, 노홍철의 복귀가 무한도전에 반드시 플러스 전력이 되리라고 마냥 장담할 수만은 없다. 정형돈의 공백으로 또 즉시전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무한도전이 노홍철에게 얼마만큼의 적응시간을 줄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그만한 여유가 없어 보이는 것도 문제다.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을지언정 다이렉트로 무한도전에 복귀했더라면 이 정도로 복귀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풀이3: 무한도전은 아쉬울 것이 없다 시청률로 봤을 때, 무한도전은 노홍철이 그리 아쉽지 않다.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 쟁쟁한 경쟁프로들을 따돌리고 여전히 10%대의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동시간대 1위의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화제성이나 평판이나 어느 하나 나무랄 것 없다. 노홍철과 정형돈의 하차로 공백이 생겼을지언정 그것이 큰 타격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 수치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노홍철이 복귀한다고 해서 체감상 줄어들었을 것 같은 시청률이 하루아침에 두 배로 뻥튀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무한도전을 봐왔던 시청자들로서는 원년 멤버의 빈자리가 크게 아쉽겠지만 무한도전에서 연기자들의 역할은 결국 부차적인 것일 뿐 가장 큰 기획력이 멤버들의 공백을 지워왔다는 뜻이 된다. 노홍철이나 정형돈이 없다고 해서 무한도전이 하루아침에 올스톱이 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자신들이 할 일을 착실하게 하고 있다. 전에 비해 공익적 성격의 특화로 영향력이 더 강해졌고, 장기간의 대형 프로젝트 또한 그 힘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무한도전의 ‘위기설’이 곧이들리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결국 ‘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은 노홍철 자신이지 무한도전이 아니다.
해답: 아직 책상이 빠진 것은 아니다 자숙 연예인의 복귀는 결국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결국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이해와 동의다. 자신의 무대를 지켜봐줄 관객이 없는 이상 무대에 서려 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노홍철을 무도로!”를 외치는 여론이 존재하는 한 노홍철의 무한도전 복귀는 아직까지 희망적이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6인 체제, 나아가 길까지 함께 활동하던 7인 체제의 무한도전을 향수로 간직하고 있다. 무한도전이 반드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할 필요는 없지만 또 그렇다고 간단하게 무시해 들을 여론도 아니다.
길과 노홍철의 공백으로 6주간 진행된 식스맨 프로젝트가 방송마다 잡음만 남긴 채 시원찮은 결과만을 남기며 마무리되었으므로, 현 5인 체제의 무한도전이 다시 한 번 식스맨 프로젝트를 가동시킨다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더구나 정형돈이 활동 중단이 아닌 하차를 선언한 이상 노홍철이 돌아올 수 있는 빈자리가 활짝 열려있는 것도 그의 복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열쇠가 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노홍철의 무한도전 복귀는 냉정하게 말해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능성은 점점 낮아져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겠지만 무한도전만 복귀를 계속 미루는 것은 심리적 부담인지, 각을 재보는 건지 알 수 없어 시청자들의 갑갑함만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