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을 뒤집어 쓴 채 벤치에 앉아 쉴 새 없이 눈으로 코트를 쫓고 목청을 높여 후배들을 독려한다. 연습경기 때마다 코트에 있든, 벤치에 있든 언제나 코치에 준하는 수준으로 후배들을 격려하고 때로는 지적도 하는 두 명의 베테랑, 김도수와 김동욱(이상 35)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창 일본 전지훈련에 매진 중인 고양 오리온은 도야마에서 도치기를 거쳐 가와사키로 이동한 뒤 앨버크 도쿄(도요타)-가와사키 브레이브 선더스(도시바)와 2연전을 치렀다. 성적은 2승4패로 썩 좋지 않지만 추일승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승리보다 좋은 내용을 만들고 서로 플레이를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승현, 허일영, 장재석이 국가대표 차출로 빠지고 주 득점원인 애런 헤인즈가 늦은 합류 탓에 경기에 뛰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 오데리언 바셋을 경기에 어떻게 활용할지, 선수들과 손발을 어떻게 맞춰야할지 합을 만들어가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바셋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많은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기회다. 연습용병을 불러와야할 정도로 빅맨 선수들이 없는 상황이라 최진수 쪽으로 부담이 실리고, 정재홍과 조효현은 새로운 가드 바셋의 움직임을 배우고 또 경쟁해야한다. 그래서 후배들을 지켜보는 고참 동기 김도수와 김동욱의 눈은 언제나 바쁘게 움직인다.
앨버크 도쿄전이 끝난 뒤 만난 김동욱은 "대표팀으로 선수가 3명이나 빠지고 헤인즈도 빠지니까, 처음에는 전지훈련 의미가 있을까 혼자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다른 선수들과 새로 온 바셋 등 서로 호흡을 맞추는 기회인 것 같다. 자신감도 많이 찾았으면 좋겠다"며 "연습경기는 패배가 많지만 내용이 크게 좋지 않았던 적은 없다"며 전지훈련이 갖는 의의를 전했다. 김도수도 "지는 경기가 많은 게 선수들 훈련에는 도움이 된다"고 김동욱의 말에 힘을 보탰다.
오리온이 지난 시즌 우승을 달성하는데 두 베테랑은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했다. 주장 김도수는 궂은 일을 도맡아하며 코트 안팎으로 선수들을 챙겼고 김동욱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김도수를 도와 선수단 분위기를 만들었다. KBL 최고령 선수인 문태종, KBL 경력이 외인 중 가장 긴 헤인즈 등 팀에 고참들이 많지만 선수단을 책임지고 이끄는 '형님' 역할은 역시 이 두 선수의 몫이었다.
물론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김도수는 "주장인데 경기에 나서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해야할 말이나 잔소리를 주저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조용히 반추했다. 후배들에게 서슴없이 충고와 잔소리를 하는 역할을 김동욱이 더 많이 맡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김도수는 "주장으로서 외적인 부분은 다 커버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농구 쪽에서 출전 시간이 줄어들며 생긴 문제들을 동욱이가 잘 챙겨준다"며 "내가 악역을 맡아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동욱이가 도와주고 애들 혼내기도 하니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벌써 알고 지낸지 10년이 넘은 사이라 김동욱은 자신에게 향한 김도수의 칭찬에 쑥스러운 듯 웃었다. 알고 지낸 시간이 긴 만큼 김도수의 장점 역시 김동욱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김동욱은 "이 친구가 무난한 성격이라 내 성격을 잘 받아주고 이해해준다. 무엇보다 경기를 뛰든 벤치에 있든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리더십이 있다"며 "친구로서 본 받을 점이 많다"고 칭찬을 건넸다.
목표는 오직 팀의 우승이라는 두 선수는 개인적인 목표도 같았다. 김동욱은 "항상 부상 없이 많은 경기 뛰고 싶은 게 목표다. 생각해보니 내가 한 시즌 54경기를 다 뛰어본 적이 없다. 은퇴 전에 꼭 한번, 부상 없이 전 경기 출장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고 김도수 역시 "올해는 정말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개인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팀이 우승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열심히 뛰고 싶다는 의욕의 발로였다. 같은 팀에서 뛰게 된 뒤 만나면 팀 얘기만 한다는 두 고참 동기의 우정과 책임감은 오리온의 허리를 받치는 든든한 토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