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는 반전 매력을 가졌다. 강렬한 첫인상·이미지와 달리 실제 성격은 낯가림도 심하고, 소극적인 편. 어떻게 이런 성격으로 카메라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7일 개봉한 '밀정'에서도 엄태구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송강호·공유의 연기와 김지운 감독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밀정'을 본 관객들은 엄태구를 발견해서 영화관을 나온다. 극 중 엄태구는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송강호와 맞붙는 신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일본어 대사부터 눈빛 연기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엄청나다. 이처럼 연기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정작 엄태구는 "아이…제가 뭐…아휴, 감사합니다"라며 얼굴까지 빨개지며 어쩔 줄 모른다.
-'밀정'은 어떻게 봤나. "재밌게 봤다.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게 영광일 정도로 재밌게 봤다."
-'밀정'이 유수 영화제에 초청됐다. "감독님이 베니스 영화제에 참석해서 의자에 앉아있는 사진을 봤는데 정말 멋있었다. 자랑스럽기도 했다. 워낙 예전부터 감독님의 팬이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감독님의 영화에 내가 출연하고, 그 영화가 해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여러 영화제에 초청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밀정'에 처음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나. "2,3초는 정말 뛸 듯 좋았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잠시 부담감이 확 밀려오면서 도망가고 싶엇다. 하시모토 역할은 내가 맡기엔 너무 비중이 큰 것 같아서 해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송강호 선배님이 연기한 이정출과 대립하는 신이 많아서, 어떻게 대선배님과 연기를 해야하나라는 걱정에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님이 나처럼 인지도가 없고 약한 배우를 캐스팅해주셨다는 점에 보답하기 위해서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캐스팅해주셨다는 것에 어떤 식으로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보답하고 싶었다. 하시모토를 잘 소화하는 일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믿어주셨기 때문에 실망시켜드리지 않으려고 부담감이 커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
-일본어 대사가 자연스러웠다. "일본어 대사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공부한 걸 녹음해서 계속 듣고 외우고, 전화로 또 추가 질문을 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됐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한 달 만에 일본어 대사를 외우고, 그 대사의 감정까지 살린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