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태구는 반전 매력을 가졌다. 강렬한 첫인상·이미지와 달리 실제 성격은 낯가림도 심하고, 소극적인 편. 어떻게 이런 성격으로 카메라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7일 개봉한 '밀정'에서도 엄태구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송강호·공유의 연기와 김지운 감독의 연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밀정'을 본 관객들은 엄태구를 발견해서 영화관을 나온다. 극 중 엄태구는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다. 송강호와 맞붙는 신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일본어 대사부터 눈빛 연기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힘이 엄청나다. 이처럼 연기에 대한 극찬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정작 엄태구는 "아이…제가 뭐…아휴, 감사합니다"라며 얼굴까지 빨개지며 어쩔 줄 모른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2007년 데뷔했다. 연예계 친한 배우는 누구인가. "송강호 선배님?(웃음) 친하다는 표현보다는 작품을 하면서 이렇게 같은 작품을 한 배우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많이 나눈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낯가림이 워낙 심한 성격이라…. 그런데 '밀정'을 하면서 술자리가 많았다. 다른 영화를 할 때 보다 한 50배는 많았던 것 같다. 술을 잘 못 마시는데 송강호 선배님이 '태구는 술을 잘 못 하시니깐 억지로 마시지 마라'고 말씀해주셔서 편하게 술자리에 참석할 수 있었다. 존경하는 선배님과 술자리에 동석한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비현실적이다. 그런 시간을 가졌다는 게 꿈만 같고, 정말 행복했다."
-정말 강한 외모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인 것 같다. "그래서 주변에선 다들 니가 어떻게 연기를 하냐고 하더라. 다중인격같다는 말도 들었다. 어릴 땐 소심한 성격이 더 심했다. 오죽 낯가림이 심하고 숫기가 없었으면 엄마가 초등학교 때 웅변학원에 보냈다. 웅변을 하면서도 울면서 못 하겠다고 했다. 중학교 때 우연히 교회에서 연극을 하게 됐는데 그게 연기를 하게 된 첫 시작이었다. 대학 진로를 결정해야할 때 뭘 해야하나 고민을 하는데 그때 같이 연극을 했던 친구가 같이 연기를 배워보자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고 부모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고, 연기를 하게 됐다."
-2007년 데뷔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다사다난했다. 어떻게 계속 버텨왔는지…. 힘든 순간마다 힘이 되는 작품을 만났다. 단편 영화 '숲', '잉투기', '차이나타운' 등을 만나면서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밀정'을 만난 것도 정말 행운이다. 사실 '밀정'을 찍기 전에 오래 쉬었다. 쉬면서 좀 심심하기도 했고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도 컸다. 내가 어떤 작품을 기자리면서 쉬는 게 아니었으니깐. 그러다가 '밀정' 오디션을 봤는데 붙은 것이다. 하시모토 역으로 본 게 아니라 그냥 전체 오디션을 봤기 때문에 어떤 역할이든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감독님이 하시모토 역을 주셔서 정말 깜짝 놀랐다."
-진한 이목구비 때문에 캐릭터를 맡는데 제한적이었을 것 같다. "장단점이 분명히 있지만, 난 그냥 지금의 내 외모가 좋다."
-'밀정'은 어떤 영화로 남을 것 같나. "이 영화로 또 다른 시작을 한 것 같다. '밀정'으로 전과 후가 나뉠 정도로 여러가지가 바뀌었고 배웠다. 직업에 임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다. '밀정' 전까지는 연기를 하는 게 좋으면서도 힘들고 괴로움도 컸는데 송강호 선배님, 김지운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재밌게 즐기면서 일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배우라는 직업이 더 좋아졌다. 앞으로 연기를 하는데 정말 중요한 밑거름이 될 정도로 '밀정'은 뜻 깊은 영화다." 김연지 기자 kim.yeonji@joins.com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