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의 1인자가 되는 것 만큼 보람찬 일도, 값진 일도, 그리고 어려운 일도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주목받는 스타가 달라지는 연예계에서는 살아남는 것 자체가 용한 일. 그 치열함을 뚫은 공유(37)는 데뷔 15년 만에 '2016년은 공유의 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었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이다.
상반기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으로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은 공유는 여름 스크린 시장을 휘어잡으며 1000만 배우 반열에 올랐다. 잠깐의 휴식기도 없이 추석시즌 '밀정'(김지운 감독)을 선보이며 또 한 번 압도적인 흥행력을 자랑하고 있는 공유는 현재 연말 최고의 기대작 tvN '도깨비' 촬영에 한창이다.
자신의 한계를 넘고 또 뛰어 넘으면서 이미 톱스타였던 공유의 위상은 그보다 한 단계 더 올라섰다. 10여 개가 넘는 광고 러브콜은 물론, 질 좋은 대본이 공유 앞으로 속속 들어가면서 공유는 9월 배우 브랜드 평판 지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유 스스로는 크게 변한 것이 없다. 여전히 겸손하고 여전히 제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 ②에서 이어집니다.
-극중 송강호에게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요구하는 것이 많다. 신선하게 느껴진 지점이다.
"맞다. 김우진이 자꾸 땡깡을 부린다.(웃음) '이정출에게 너무 매달리는 것 아닌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건가?'라는 생각도 했다. 김우진이 멋있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상황에서 김우진에게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이걸 '땡깡'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 것이 맞나 싶긴 하다."
-감독이 원한 김우진의 모습인걸까?
"어떤 영웅보다는 사람이길 바라셨던 것 같다. 이정출이 갈팡질팡 하는 것처럼 김우진도 절체절명의 순간에는 흔들림이 있는. 하지만 그런 무너지지 않고 최대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의열단 리더 김우진이다. 그것이 감독님의 정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흔들릴 땐 흔들려야지 꼿꼿하게 멋진 척을 한다면 오히려 평면적인 캐릭터처럼 보여졌을 것 같다. 내 연기의 진폭이 좁아 전달되지 않은 부분일 수도 있다."
-받아치는 송강호의 리액션에서 '아어이다'가 딱딱 맞아 떨어졌다.
"나로서는 얼마나 다행이냐.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를 전형적이지 않게 만들어 주신 분이 송강호 선배님이다. 연기할 때는 내가 너무 바로 앞에 것만 생각해 선배님의 연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화면으로 보니까 존재감 자체가 다르더라. 선배님 덕분에 나까지 함께 살 수 있었다."
-김우진이 이정출을 부르는 것처럼 실제 송강호에게 '형'이라고 부르지는 않나.
"절대. 형이라고는 차마 못 부르겠다. 왠지 건방진 것 같다. 몇 살부터 몇 살까지는 형, 그 이상은 선배, 더 나아가서는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기준을 딱 정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송강호 선배님은 자연스럽게 형보다 선배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붙었다."
-오래 전부터 '송강호와 호흡맞춰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직접 만나니 어떻던가.
"난 '송강호' 하면 마냥 천재라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갖고 있는 역량이 큰 것은 당연하고,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럭비공 같은 이미지라 생각했다. 그 뒤에 집요한 노력이 있는 줄은 몰랐다. 만나기 전에도 너무나 큰 분이었는데 직접 만난 선배님은 그 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분이셨다. 그래서 놀랐다."
-어떤 점에서?
"현장에서 같이 작업하며 옆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람을 처음봤다. 배우로서 너무나 당연한 노력인데 송강호 선배님과는 매치시키지 못했던 모습이다. 이런 비유가 맞나 싶지만 왜 흔히 '여배우는 화장실도 안 갈 것 같다'고 하지 않나. 나에게 선배님이 그랬다. 연기 연습, 대사 연습을 미친듯이 하는 선배님의 모습은 상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기도 했다."
-대사를 입에 달고 산다고 하던데.
"옆사람이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대사가 외워질 정도로 신들린 사람처럼 대사를 읊는다. 사실 김우진의 대사도 정말 많다. 감독님에게 '대사가 진짜 많네요'라고 말씀 드렸더니 '우리 영화는 배우 대사 보는 재미로 보는건데?'라고 하시더라. 나름 고민과 걱정이 있었는데 송강호 선배를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미친듯이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음절 하나의 디테일까지 찾으면서 되뇌이시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나도 선배를 따라 미친놈처럼 계속 중얼거렸다."
-배우 대 배우로서 자극도 됐겠다.
"엄청난 자극이었다. 그리고 그 자극이 정말 좋았다. 선배님도 그렇게 끊임없이 연습을 하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속이 어땠겠냐. 좀 외진 곳에 뚝 떨어져 계속 대사를 입에 익혔다. 선배님은 그래도 여유가 좀 있으니까 그러다 후배들에게 장난도 치는데 난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어두운 곳에서 연습하다가 '슛 들어간다' 하면 나타났다."
-후배들이 좋아하고 존경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에게 해맑다고 하시는데 내가 봤을 땐 선배님에게도 해맑은 부분이 있다. 별거 아닌 것에도 크게 웃고 후배들과 섞여 농담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장나도 꽤 많이 치신다. 그런 부분도 의외였다. 송강호 만의 소년미가 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