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현재 원톱 스트라이커 포지션이 최대 해결 과제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중국과 1차전(홈·3-2승), 시리아와 2차전(원정·0-0무)을 마친 대표팀은 최전방 공격수 없이 경기를 치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에서 주로 2선 공격수로 뛰는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과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최전방에 세웠다. 2차전을 앞두고 급히 추가발탁됐던 황의조(24·성남FC)는 벤치만 지켰다. 이 두 경기에서 전문 원톱 스트라이커가 빠진 이유는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을 제외하면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든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승과 조 1위를 노리던 한국이 1승1무와 조 3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내자 최전방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다음달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카타르와 최종예선 3차전을 앞둔 슈틸리케팀은 원톱 자원 찾기가 한창이다.
K리그 토종 공격수 득점 1~3위는 좋은 대안이다. 정조국(32·광주 FC)과 양동현(30·포항 스틸러스), 박기동(28·전남 드래곤즈)이 바로 그들이다.
먼저 포항 스틸러스의 골잡이 양동현은 K리그에서 가장 발끝이 뜨거운 스트라이커다. 그는 지난 10일 수원 FC와 정규리그 29라운드에서 2골을 터뜨렸다. 시즌 12호 골을 쏘아올린 양동현은 득점 5위를 달렸다. 12골은 득점 선두 정조국(16골)에 이은 국내 선수 중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양동현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5년 프로에 입문한 그는 2011·2013년에 작성한 11골이 최다였다.
양동현의 골은 그 순도가 매우 높다. 12골 가운데 페널티킥골 1골을 제외하면 모두 필드골이다. 이 기록은 정조국(필드 11골·페널티킥 5골)과 같다. 뛰어난 신체조건도 슈틸리케 감독이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키 188cm의 양동현은 제공권과 드리블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태극마크에 대한 아쉬움을 털겠다는 의지도 있다. 그가 대표팀에 뽑혔던 건 2009년 2회에 불과하다. 양동현은 "대표팀에 가기 위해 골을 노리기보다는 팀을 위해 뛰겠다. 오히려 지금이라면 대표팀에 가더라도 헌신적인 플레이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상주 상무에서 전역한 '예비역 병장' 박기동은 제2의 '군데렐라(군인+신데렐라)'를 꿈꾼다. '군데렐라'는 무명 공격수였던 이정협(25·울산 현대)이 상주 시절 슈틸리케팀의 간판 골잡이로 활약하며 생긴 말이다.
박기동은 입대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공격수였다. 하지만 상주 유니폼을 입은 그는 특급 스트라이커로 변신하며 '다시 태어났다는 말'을 듣고 있다. 전남에서 두 시즌(2012~2013년) 동안 25경기 1골에 그친 박기동은 상주에서 두 시즌(2014~2015년)을 뛰면서 60경기 출전 15골·13도움을 올렸다.
특히 클래식(1부리그)로 승격한 올해 25경기 9골·8도움을 올리며, 챌린지(2부리그) 시절인 지난 시즌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192cm의 압도적인 신체조건을 갖춘 그는 제공권과 발재간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전방에서 볼을 받은 뒤 더 좋은 위치의 동료들에게 내주는 플레이는 일품이다. 덕분에 박기동은 리그 도움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박기동도 대표팀 경력은 옥에 티다. 2011년 3월 온두라스전서 1경기 뛴 게 전부다.
지난 14일 전역해 원소속팀 전남에 복귀한 박기동은 "상주에서 뛰며 축구인생이 바뀌었다. 이전의 나를 돌아보며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고, 기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라면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하다. 나는 골 결정력은 물론이고 주변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도 뛰어나다고 자부한다"며 "나 같은 유형의 선수도 대표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오래 전이지만 국가대표 경험이 있는 만큼 한 번 더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발목 부상으로 잠시 주춤한 정조국도 태극마크를 향해 달리고 있다. 올 시즌부터 광주 유니폼을 입은 정조국은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떠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 가고 있다. 정조국은 지난달 27일 울산전에 후반 교체 출전해 종료 직전 1-1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시즌 16호 골을 뽑아낸 그는 2010년 13골이었던 개인통산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성기가 지난 나이에 자신의 종전 기록을 넘어서며 득점왕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공격포인트에서도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정조국은 26경기에 출전해 16골·1도움으로 17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2010년 올린 개인통산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13골·4도움·총 17개)와 이미 동률이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는 경기가 남은 만큼 이 부문에서도 신기록 달성이 무난하다.
하지만 대표팀 경력엔 유독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A매치 13경기서 4골만 기록 중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경험은 정조국의 최대장점이다. 연령대별 대표팀을 거친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