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기반의 콘텐트가 바쁜 현대인을 위한 스낵컬처로 각광받고 있다. 과거엔 '5~15분 분량의 드라마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볼까'라는 시선을 받곤 했지만, 지금은 '72초' '바나나 액추얼리' 등 히트작도 여럿 등장했다. 최근엔 판도 커졌다. 코미디언 정형돈이 시나리오 작가로 데뷔해 화제를 모은 한중합작 웹 영화엔 무려 100억원대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 영화 '스물'로 주목받은 이병헌 감독은 엑소 디오를 캐스팅해 웹 드라마 시장으로 뛰어들었다.
웹 콘텐트가 브라운관과 스크린 못지않은 규모로 성장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낵컬처 전성시대를 열게 된 비결을 살펴봤다.
◆차별화에 성공한 웹 콘텐트 웹 플랫폼의 콘텐트는 과도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콘텐트와의 차별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초기엔 기존 콘텐트를 짧게 잘라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웹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소재와 연출로 젊은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 같은 차별화는 고객층을 분명하게 설정했기에 가능했다. 2030 젊은 시청자층을 겨냥해 이들을 위한 웹드라마, 웹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 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소하지만 짧고 강렬한 콘텐트로 승부한다. 승부수는 통했다. '흔남(흔한 남자)'가 주인공인 '72초 시즌2'는 총 조회수가 1500만 건을 넘어섰다. 평범한 연애를 그리는 '바나나 액추얼리 시즌2'의 조회수는 2700만 건이 넘는다.
차별화의 또 다른 요인은 기존 플랫폼에서 담기 어려운 소재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첫 회 65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대세는 백합'은 두 여자 주인공의 퀴어 로맨스 드라마다. 진한 애정신도 등장한다. '리얼터'라는 웹드라마는 부동산이 소재다. '바나나 액추얼리'는 '달콤하고 조금은 야했던'이라는 제작진의 작품 설명처럼 연애의 일상을 다소 과감하게 담는다. 이에 대해 웹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웹드라마의 경우 지상파에선 그릴 수 없는 소재를 과감하게 선택한다. 연출자와 작가의 독특한 기호가 들어갈 수 있는데, 그런 실험적인 면이 마니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진단했다.
◆차이나 머니의 등장 이렇게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웹 콘텐트는 최근 차이나 머니가 유입되며 판까지 커졌다. 웹 콘텐트가 새로운 한류 콘텐트로 떠오른 것이다. 1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정형돈의 웹 영화 뿐 아니라 여러 웹드라마들에 거대한 중국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김영광과 소녀시대 유리가 주인공을 맡은 웹드라마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중합작으로 제작돼 중국에서만 제작발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내 웹 콘텐트 시장이 점차 커져가기 때문. 중국 당국은 지난해 1월부터 일극양성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 정책으로 오후 7시와 10시 사이엔 1편의 드라마를 2개의 위성방송까지만 방송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하는 시청자 수가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를 차이나 머니가 투입된 한류 웹 콘텐트를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선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수익성도 제작자들의 눈을 중국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웹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국내 웹 콘텐트 시장은 아직 수익성이 낮다. 자연스럽게 중국 자본에 기대게 되고 제작비의 스케일이 달라지고 있다"며 "한류 아이돌이 웹 드라마와 웹 영화에 잘 캐스팅되는 것 또한 중국을 겨냥해서"라고 설명했다.
◆웹 콘텐트에 남겨진 숙제 차별화에도 성공하고 스케일도 커졌지만 아직 풀어나가야할 숙제는 있다. 여전히 수익성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웹 콘텐트는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서비스된다. 돈을 내지 않고 콘텐트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의 수익성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PPL에 기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웹 콘텐트가 처음부터 광고를 위해 기획된다. 은행 광고라면 은행이 이야기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식이다. 수익성을 간접광고에 의존하다보니 콘텐트보다 광고가 우선인 주객전도의 사례도 종종 등장한다. 웹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PPL과 포털사이트·정부기관의 작은 지원금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플랫폼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