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에 'NC 공포증'이 널리 퍼졌다.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 롯데는 지난 25일 열린 마산 NC전에서 0-1로 패했다. 선발투수 브룩스 레일리가 이전 2경기 부진을 털고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타선이 침묵했다. 두 차례 만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시즌 2차전인 4월 17일 마산 경기에서 8-5로 승리한 이후 내리 12연패를 당했다.
14경기에서 1승13패(승률 0.071)를 기록했다. 롯데의 종전 한 시즌 특정 구단 최저 승률은 2003년 KIA에 기록한 0.056다. 19경기에서 17패(1승1무)를 당했다. 당시엔 영호남 라이벌팀, 올 시즌엔 지역 라이벌팀을 상대로 굴욕을 당하고 있다.
두 팀은 전력 차이가 크다. NC는 거의 시즌 내내 2위를 달렸고, 롯데는 61승74패로 9위다. NC는 지난 두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롯데는 탈락했다. 하지만 전력 차이만으로는 1승13패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오히려 선두 두산에는 롯데가 8승7패로 앞서 있다.
팀 상성에 문제가 있을까. 가령 스윙 스피드가 느린 타자가 많은 팀은 강속구 투수를 상대로 고전할 것이다.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올 시즌 롯데전에 6이닝 이상 등판한 NC 투수는 모두 8명이다. 우완 정통파, 사이드암, 왼손 등 골고루 포진해 있다. 이 중 롯데전 피안타율이 가장 높은 투수는 이민호(0.263)였다. 나머지 7명을 상대로 롯데의 타율은 모두 0.250 아래였다.
NC가 기가 막히게 롯데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닐까. NC 구단 관계자는 "롯데전을 앞두고 선수단에서 특별히 전력 분석 요청이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운의 문제일까.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때로 아주 낮은 확률로 일어나지 않을 법한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그렇다고 주사위 던지기도 아니다. 주사위는 감정이 없지만 필드에서 뛰는 선수와 벤치의 감독은 압박감을 느끼는 사람이다.
NC전 연패가 이어지면서 롯데 선수단은 부담감이 커졌다. 이기고 있어도 지킬 자신이 없어 보인다. 지고 있을 땐 역전을 향한 믿음이 부족하다. 시즌 9차전인 7월 7일 마산 경기. 당시 롯데는 6회말까지 4-1로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7회 이전까지 잘 버티던 선발 송승준이 안타와 사구로 출루를 내준 뒤 내려갔고, 구원투수 홍성민과 윤길현까지 무너지며 6실점을 내줬다. NC에 4-8로 패했다. 4연승 뒤 NC전 2연패로 구단 내부에서도 우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2경기나 7회 이후 역전패를 허용했다. 거듭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면서 선수단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
12연패를 당한 25일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부담감이 엿보였다. 좌익수 김문호는 4회말 김성욱이 친 타구의 낙구 위치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공을 뒤로 흘렸다. 타자는 3루 베이스를 밟은 뒤 후속 타자의 내야 땅볼 때 홈을 밟았다. 타격감이 좋은 신본기는 0-1으로 뒤진 7회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0-1 패배는 선수들의 경직된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롯데는 올 시즌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이 가장 높은 팀이다. 자신 있는 스윙보다는 신중한 스윙을 한다. 25일 NC전에선 평소라면 치지 않았을 나쁜 공에 너무 자주 배트가 나갔다.
롯데 한 선수는 "NC만 만나면 이상하게 꼬인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선수단 전체에 퍼진 패배 의식을 극복할 방안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1·2일 열리는 2경기에서 패하면 다시 한 번 특정팀을 상대로 1승에 그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