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이 국민체육진흥투표권 수탁 사업자 ㈜케이토토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7월 실시한 정기감사 결과 내부 비리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종규 공단 투표권사업실장은 29일 “9월 하순께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수사의뢰 했다. 이미 케이토토 내부에서 진정이 접수돼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단 감사에는 한계가 있다. 감사 과정에서 미처 밝히지 못한 배임·횡령 의혹 등을 수사로 규명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공단이 케이토토에 시정, 경고 징계 등 조치를 요구한 사항은 모두 37건이다. '총체적 난국' 수준이다.
케이토토는 2015년 7월부터 홍경근씨를 고문, 김영덕씨를 자문으로 위촉해 매월 1000만원을 지급했다. 홍씨는 케이토토의 실질적인 대표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씨는 케이토토 지분 63.3%를 보유한 두 사모펀드 운용사인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이다. 자문·고문료와는 별도로 법인카드, 사무실, 법인 골프장과 콘도 이용 혜택, 차량과 유류비 등을 제공했다. 또다른 고문 한 명을 포함해 이들에게 1년 동안 집행된 비용은 4억1400만원에 이른다.
1억원이 넘는 운영 경비 지출과 컨설팅 계약은 공단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케이토토는 사전 승인도, 사후 보고도 하지 않았다. 감사 당시 제출한 고문계약서는 문서번호도 없고, 날짜도 틀려 있었다. 케이토토는 임직원이 아닌 홍 고문의 외부 사무실에 통합경영정보시스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접속하게 하는 조치까지 했다.
기획재정부 차관보를 지낸 구본진 트루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2015년 7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케이토토 법인카드로 825만원을 사용했다. 하지만 구씨는 올해 3월 15일 케이토토 이사로 선임되기 전까지는 케이토토와 무관한 인물이었다.
인력 채용도 공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지적됐다. 케이토토의 인사관리 규정에는 채용 기본 원칙이 ‘공정성’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2015년 7월 1일 투표권사업 운영을 시작한 뒤 1년 동안 뽑은 15명 중 9명이 내부 추천을 통한 개별채용이었다. 케이토토 노동조합은 이에 대해 “회사 내부 인사가 개입한 정실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인력 채용 관련 문서 번호가 등록되지 않았고, 부정행위금지 서약서를 받지 않는 등 관리도 형편없었다.
손준철 대표이사, 김범중 본부장 등이 7회 다녀온 베트남 출장에는 경비 4500만원이 들었지만, 출장계획 및 출장결과보고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체 출장규정 위반이다. 판매점 선정과 관리에도 문제가 있었다. 현장평가점수가 기준에 미달하는 판매점 7곳이 선정됐고, ‘1인 1계약’ 원칙을 어기고 한 명이 판매점 두 곳을 운영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 사업 시작 전에 주주사에 13억7980만원을 지급했다. 1억원 이상 비용 지출이지만 역시 공단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았다.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체육진흥기금 조성을 목적으로 한다. 공익 목적인 만큼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필요하다. 케이토토도 수탁사업자 선정 제안서에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7월 20일 현재 사내이사 4명 중 석창규씨는 주주사인 웹캐시 대표이사, 주성영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트루벤인베스트먼트 감사를 지냈다. 구본진 이사회의장은 트루벤인베스트먼트 현 대표다. 상당수가 주주측 인사들로 구성된 반면, 투표권 사업 관련 전문성이 있는 인사는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기본적인 업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가령 케이토토 브랜드 BI(Brand Identity)는 현재 미등록 상태다. 상표가 불법적으로 사용되도 손 쓸 수가 없다. 시스템 운영 장비 공급사로부터 기술지원확약서도 받지 않았다.
감사에도 성실하게 응하지 않았다. 케이토토는 홍경근 고문과 김영덕 자문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경영정보시스템 접속 정보 등 공단 감사팀이 요구한 자료 중 6건의 제출을 거부했다.
케이토토 사태는 국회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김영훈 국회 문화체육관광 수석전문위원(더불어민주당)은 “3조2000억원 매출 규모인 투표권사업은 국가(공단)가 수탁자를 선정해 위탁한다. 철저한 감독이 이뤄져야 하나 수탁 사업이라 정부와 국회의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며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이 감독기관으로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도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토토의 비리 문제는 구조적으로 예고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단은 지난해 새로운 수탁사업자를 선정하며 수수료율 상한선을 종전 3.5%에서 2.073%로 낮췄다. 케이토토는 수수료율 1.6%대를 제시하며 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케이토토도 지난해 적자 규모는 수십억원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구조에서 신뢰성 있는 기업이 사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정상적인 사업 수익을 낼 수 없다면 비리 등으로 부당한 수익을 실현하려는 동기가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