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접수가 마감되는 신규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하는 유통 대기업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대기업이 획득 가능한 3개의 신규 특허를 놓고 경쟁하는 '3차 면세점 대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신규 특허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여서 유통 공룡들의 불꽃 튀는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 3장 놓고 대기업 5곳 '전쟁'
3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관광산업 활성화 및 투자·고용 촉진을 위해 신규 면세점 특허 신청을 받고 있다. 특허 신청서 접수는 4일 마감된다.
이번에 새롭게 추가되는 신규 면세점은 서울 4곳, 부산 1곳, 강원 1곳 등 총 6곳이다. 특히 서울에 배정된 4곳 중 1곳은 중소·중견기업만이 대상이므로 3곳의 대기업 배정분을 놓고 주요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의 평가 요소는 경영능력(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25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판매 실적 등 경제, 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150점) 등 5가지다. 총점은 1000점이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 신청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은 총 5곳이다. 호텔롯데(롯데면세점)을 비롯해 SK네트웍스,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5개 기업이 진출 의지를 밝혔다.
롯데·SK, 특허 재취득 '사활'
이번 면세점 입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사업권을 잃은 롯데월드타워점의 부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당시 월드타워점은 연 매출 6000억원대로 국내 3위 규모였지만 지난해 재승인에서 고배를 마시며 현재는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롯데면세점은 강남권 관광 활성화를 위한 '강남관광벨트' 조성 계획 등을 내세워 재입찰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월드타워점의 면세사업권 상실로 인해 직원 1300명이 일터를 잃었다.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사업권을 따내겠다"며 결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계속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SK네트웍스도 지난 5월 영업을 종료한 워커힐면세점의 특허 재취득에 나선다. SK네트웍스는 사업권만 되찾는다면 연 매출 5000억원도 가능하다며 필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확장 공사 마무리 단계에서 사업권을 잃은 워커힐 면세점 부지를 비워 놓고 영업을 곧장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호텔·카지노 등 도심 면세점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관광 콘텐트가 워커힐 면세점의 장점"이라며 "오랜 기간 면세점을 운영한 노하우를 앞세워 면세 업계 전체의 경쟁력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2호점 노린 신세계·HDC…자존심 회복 나선 현대백
지난해 사업권을 따낸 신규 면세점들은 2호점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타워를 입지로 면세점 2호점에 도전한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경험과 현대산업개발의 입지 및 개발 능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HDC신라 관계자는 "신라호텔의 면세점 운영 노하우에 현대산업개발의 토지를 더해 경쟁력을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도 강남에 면세점 2호점을 낸다는 계획이다. 반포동 센트럴시티를 신세계의 역량을 모은 도심형 쇼핑 테마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대의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명동권과 차별화되는 문화·예술·관광 허브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합작 법인으로 도전해 두 차례 고배를 마셨던 현대백화점은 단독 법인으로 세번째 도전에 나선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8월말 주식회사 현대백화점면세점을 설립해 입찰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입지는 강남 무역센터점으로 결정됐다. 유통업계 '빅3' 중 현재 면세점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곳은 현대백화점이 유일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고배를 마신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삼성동 코엑스 단지 내의 입지와 현대백화점 운영으로 쌓은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력 등 준비된 면세점 사업자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기간이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고 잇단 신규 허가로 시장이 포화된 만큼 이번 신규 입찰은 사실상 면세 사업권 확보의 마지막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업체가 전사적인 특허권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