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환은 지난 3월부터 장장 7개월이라는 시간을 '몬스터'와 함께했다. 긴 여정이었지만 주인공으로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으며 극을 이끌었다. 부상은 물론 밤샘 촬영이 일쑤인 현장이었지만 중년 시청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2위 지킴이'로 끝까지 두 자릿수 시청률(9월 20일 최종회 14.1%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유지했다. 50부작을 끝낸 강지환의 얼굴엔 피로감이 아직 100% 가시진 않았지만 "내일부터 자유"라고 외치는 그의 모습에선 행복이 묻어났다.
-종영 소감은.
"드라마가 기분 좋게 끝났다. 올해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촬영했다. 50부작은 내게 첫 도전이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끝까지 웃으면서 끝낼 수 있어 좋았다. 서운함보다는 홀가분한 마음이 더 크다."
-종영 후 어떻게 지냈나.
"작가님, 그리고 배우들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간 자주 보지 못했던 부모님과 친구들도 만났다. 본격적인 휴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뇌수술을 받는 장면에서 끝났다. 열린 결말이었다.
"속시원한 결말은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시즌2를 기대하는 건 전혀 아니다. 누군가를 응징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하면 50부작이 끝나는 느낌만 들어서 뭔가 좀 그랬을 텐데 각 인물에 설정을 주면서 열린 결말로 끝나 만족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궁금했던 포인트가 있다면.
"나(강기탄)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성유리(오수연)와 조보아(도신영) 중 누구를 택할지가 관심사였다. 그래서 그 부분을 두고 내부적으로 회의를 많이 했다."
-조보아와 성유리 중 실제 강지환의 스타일은 누가 더 가깝나.
"드라마로 따지면 성유리가 맡은 오수연은 야망이 있더라. 박기웅(도건우)이 부회장이 되니까 그 남자를 택하지 않나. 난 오수연보다는 한 남자를 지고지순하게 바라봐주는 도신영이 더 좋았다. 작가님께도 '도신영이 조금 더 진실된 여자 같다'고 속내를 표현한 적이 있다.(웃음)"
-개밥·자장면·피자 등 '먹방'이 화제였다.
"분노를 '먹방'으로 표현했다. 창피해서 NG 없이 한 번에 끝내려고 노력했다. '먹방'들 중 피자 '먹방'이 제일 창피했다. 그런데 임팩트가 강하다 보니 피자 CF가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도 됐다. 지금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연락이 없다.(웃음)"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기했나.
"주인공이니까 좀 더 강한 엔딩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눈에 피를 넣어달라고 했다. 피눈물을 직접 표현하고 싶었다. 방송이 될 수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주 강렬한 연기를 하고 싶었다."
-정보석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보석 형님과의 연기가 제일 떨렸다. 형님은 내가 어릴 때 영화와 드라마에서 한 획을 그었던 분이다. 데뷔 초창기 '리틀 정보석'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해서 정말 뵙고 싶었다. 50부작 긴 작품의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형님께 잘 보이고 싶었다. 근데 형님이 먼저 배려해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웃으면서 끝낼 수 있었다. 다음 주엔 보석 형님네 놀러 간다. 그 정도로 친해졌다. 좋은 형님을 만나 즐거웠다."
-파트너 성유리는 어땠나.
"시청률이 잘 안 나올 때 성유리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서로 힘을 주고 위로해줬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정말 착한 친구다."
-전작 '돈의 화신'과 비교했을 때 장영철·정경순 작가에 아쉬웠던 점과 만족했던 점은.
"아쉬웠던 점이라고 하면 '몬스터'는 '돈의 화신'보다 많은 인물이 나왔다. 각 캐릭터를 보여주는데 시간 할애를 많이 해 주인공 입장에선 분량이 서운했다. 좋았던 점은 호흡을 맞춰봤던 작가님들이라 연기하기 편했다. 후반부에는 지문 같은 걸 자세하게 안 써주셨는데 전작을 해봐서 캐치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른 배우들보다 수월했다."
-가장 통쾌했던 신이 있다면.
"변일재(정보석)의 처형이 통쾌했다. 악인은 벌을 받아 마땅하지 않나. 보석 형님이 목을 매고 사형을 당하는 장면을 찍을 때 세트장에 직접 가서 봤다. 그분 때문에 강기탄이 얼마나 고생했나. 그래서 대기실에 있다가 FD한테 연락받고 세트장에 가서 그분이 가시는 길을 내 눈으로 봤다."
-여러 작품 통해 '복수극 전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의도했던 건 아닌데 '돈의 화신', '빅맨', '몬스터'까지 복수극을 자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복수극은 연기적으로 희로애락이 많이 담기고 웃음과 액션, 슬픔이 있다. 매번 작품을 결정하고 나서 복수극이라는 걸 인지했다. 다음 작품에선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쓰고 작품을 선택할 것 같다."
-촬영 중 부상은 없었나.
"정말로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사고랑 부상이었다. 미니시리즈는 초반에 힘들게 찍고 중반에 괜찮았다가 막판에 48시간 밤을 새우는 게 보편적이다. '몬스터'는 50부작인데 1, 2회부터 중국 하이난에 다녀와서 30회 이상까지 밤을 새면서 촬영했다. 촬영 중간엔 장염 때문에 고생했고 밤을 새우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기도 했다. 화상도 입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제목이 '몬스터'라 '엔딩에 괴물이 되려나 봐'라고 최면을 걸기도 했는데 그럴 만큼 정말 힘든 작품이었다."
-시청률이 잘 나왔는데 화제성에선 아쉬움이 있었다.
"1, 2회 때는 야심차게 시작했다. 처음 작품을 시작할 때나 SBS '닥터스'에 밀릴 땐 상처를 많이 받아 감독님과 매일 상의했다. 그런데 한 작품을 보내고 또 다른 작품이 오고 이젠 세 번째 경쟁작과 맞붙으니까 그냥 그렇더라. 매번 2위다 보니 지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몬스터'는 지지해주는 층이 아주 확실했다. 그래서 10%대 초반으로 꿋꿋하게 흔들림 없이 끝까지 버텼다. 리우 올림픽에도 전혀 영향이 없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기복이 있었으면 기운이 빠질 수도 있는데 꾸준하게 이어왔다. 특정한 시청층을 공략해서 끝까지 간 '몬스터'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50부작 드라마에 또 도전할 생각이 있는가.
"또? 당분간 단막극을 하겠다.(웃음) 미니시리즈에 몸이 맞춰져 있어서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몸에 과부화가 와서 앞으로 반년 더 촬영해야 한다고 했을 때 '멘붕'이 왔다. 병원 갈 시간도 없었다. 내장기관이 안 좋아지면서 얼굴이 부었다. 그래서 화면에 자꾸만 이상하게 나왔다. 이상하게 나오는 화면을 보면 속상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안 좋아지고. 이런 사이클이 반복됐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살은 초반에 많이 빠졌다가 중간에 좀 쪘다. 지금은 술을 좀 많이 마셨더니 살이 빠졌다."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드라마 종영 후 머리 염색을 했다. 8개월 동안 강기탄이라는 역할을 하다 보니 작품이 끝나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변화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촬영 끝나고 미용실에 갔다.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돌의 스타일을 살펴보다가 염색했다."
-최근 KBS 조충현 아나운서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드라마 '빅맨' 때 인터뷰를 하면서 친분을 쌓았다. '몬스터' 끝날 때쯤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정말 행복해 보이더라."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나.
"결혼은 늘 밑바탕에 하고 싶다는 생각을 깔면서 살고 있다.(웃음) 결혼하면 아내와 함께 전원주택에서 사는 게 꿈이다. 그래서 얼마 전 전원주택으로 이사했다. 대대적인 공사를 해서 살고 있는데 언제쯤 짝꿍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