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 리콜 은폐 의혹을 둘러싸고 내부고발자 현대차 A 부장과 박병일 자동차정비 명장이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A부장은 박 명장이 현대차 리콜 관련 자료를 가지고 현대차와의 협상을 제안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명장은 A부장이 미국 제보를 통해 포상금을 노리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현대기아차 내부고발자 A 부장이 지난 4일 보배드림 게시판에 올린 글. 보배드림 캡처 A 부장 "박 명장, 현대차와 협상을 벌이려 했다"
현대차 A 부장은 지난 4일 국내 최대 자동차 커뮤니티인 보배드림에 "(박 명장)이 리콜 기밀자료를 가지고 회사(현대차)에 변호사를 보내 협상해 회사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인천남동공단에 있는 800평 정비공장을 인수, 공장과 함께 중고매매업을 동업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회사 기밀자료를 넘겨 달라고 했고 응하지 않으면 본인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해 공익제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국내 언론에 이를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명장이 A 부장의 내부 자료를 이용해 현대차에 금품을 요구하자는 제안을 했고 이를 거부하자 자신의 공익 제보활동을 회사에 알리려고 해 언론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게 됐다는 것이 게시글의 요지다.
해당 게시물은 이례적으로 조회수가 13만건에 달했고 수백 건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았다.
앞서 A 부장은 지난달 22일 "현대·기아차가 자사 자동차의 안전 관련 제작 결함을 확인하고도 법적 의무인 리콜을 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축소 신고해 운전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의혹을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했다. 또 지난 8월 미국의 리콜 담당기관인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도 관련 사항을 알렸다.
현대·기아차는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A 부장은 리콜 의혹 제보 준비 과정에서 지난해 8월부터 박 명장과 접촉하며 논의를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자동차 명장 1호인 박 명장은 현대차의 기술 결함 의혹들을 제기했다가 2014년 12월 현대차로부터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당했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아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박 명장 "A 부장 미국 제보 포상금 노렸다"
박 명장은 A부장의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입장이다.
박 명장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A 부장이 그런 글을 올렸다면, A 부장은 현대차한테도 나쁜 사람이고 나한테도 나쁜 사람이다"며 "A 부장은 미국에서 보상금을 받기 위해 지금과 같은 일을 꾸미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명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A 부장이 먼저 연락을 취해와 처음 만났다. 당시 A 부장은 현대차 리콜 은폐 관련 자료를 가지고 있다며 박 명장에게 만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박 명장은 두 번째 만남부터 뭔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박 명장은 "A 부장이 두 번째 만났을 때부터 갑자기 미국의 리콜 정책을 설명하면서 미국에서 제보를 하면 3억 달러(약 3000억원)을 받을 수 있고, 이 중 30%(약 900억원)은 제보자가 받게 돼 있다고 했다"며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내부고발자가 되야 한다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부고발자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직속상관과 감사팀에 시정을 요구하고 그래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부서를 옮긴 후에 관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는 '절차'도 A부장으로부터 들었다"며 "자동차만 하는 내가 미국의 리콜 기준이 어떻고 내부고발자 지위를 어떻게 얻는건지 포상금이니 그런 내용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800평 정비 공장과 중고차매매업 제안에 대해서는 "그 얘기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미는 전혀 다르다. A부장이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길래 보상금이 나오면 정비공장이나 중고차 사업을 하는 것도 괜찮다는 조언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부장에게 현대차가 미워도 우리가 '이완용'처럼 매국노는 될 수 없다고 수 차례 얘기했다"며 "공익을 생각한다면 국익도 고려해야 하고 그러려면 우선 국내에서 해 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부장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보배드림에 올린 글은 모두 사실이다. 증거자료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명장이 미국에 제보한 것은 포상금이 목적이라고 했는데, 현대차 리콜 관련 자료를 확보했을 당시에는 미국에 포상제도 자체가 없었다. 포상금을 목적으로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