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와 에릭남, M.Y.M.P, 샘김 & 권진아, 더 이스트 라이트 등 아시아의 어쿠스틱 뮤지션들은 7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부산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 모여 '아시아 송 페스티벌 2016'의 문을 여는 '어쿠스틱 페스티벌'의 무대에 올랐다.
사실 이날 어쿠스틱 페스티벌을 앞두고 약간의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한반도 남부를 덮친 태풍의 여파로 빗방울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향한 부산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을비를 뚫고 공연장으로 향했고, 빗방울과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가장 먼저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은 평균 연령 15세로 구성된 보이밴드 더 이스트 라이트였다. '아시아 송 페스티벌'의 오프닝 아티스트로 선택된 이들은 능숙하면서도 신선함이 묻어나는 연주를 선사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더 이스트 라이트의 배턴을 넘겨받은 것은 감성 남매 권진아와 샘김이었다. 먼저 마이크를 쥔 권진아는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감성적인 보이스로 음악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어 무대에 등장한 샘김은 권진아와 함께 '여기까지'와 'Luckey'로 듀엣 스테이지를 꾸몄다. 감미로운 권진아의 목소리와 감각적인 샘김의 기타 연주가 독특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현장에 모인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다음은 샘김의 차례였다. 홀로 무대에 선 샘김에게는 밴드 사운드가 부럽지 않았다. 그는 'No 눈치'를 열창하며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특유의 그루브한 감각을 뽐냈고, 여기에 객석의 호응까지 얹어져 순식간에 추위를 잊게 만들었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끌었던 팀은 유일하게 해외 아티스트로 어쿠스틱 페스티벌에 참여한 필리핀의 M.Y.M.P였다. Chin Alcantara의 기타와 Juliet Bahala의 보컬은 권진아, 샘김 조합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조합을 만들어냈다.
M.Y.M.P는 아시아 송 페스티벌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2013년 서울 공연 당시에도 무대에 올라 한국 팬들과 인사를 나눴던 것.
이날 무대에서 'Especially For You'를 비롯해 'Say You Love Me', 'Electrified'를 들려준 M.Y.M.P는 "올해 '아시아 송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수 있어 기쁘고, M.Y.M.P를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새로운 음악으로 한국 투어를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진 순서는 여심을 훔치는 마성의 아티스트 에릭남이었다. '천국의 문'으로 공연의 문을 활짝 연 에릭남은 'Good For You'와 '못참겠어'를 선사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부드러우면서도 귓가를 간지럽히는 듯한 에릭남의 목소리에 여성 팬들의 함성을 아끼지 않았다.
에릭남은 "요즘 어르신분들도 알아봐 주신다. 아직 많이 부족한데도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 "앞으로 어떤 음악을 꼭 하고 싶다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면서 향후 활동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어쿠스틱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한 헤드라이너는 한국 인디 포크 씬을 이끄는 남성 듀오 10cm였다. 두 남자가 무대 위에서 인사를 건네자 현장의 모든 관객들은 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이들의 등장을 반겼다.
10cm는 오프닝 곡으로 선택한 '니가 참 좋아'를 비롯해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스토커', '쓰담쓰담', '아메리카노', '봄이 좋냐' 등 대표곡들을 연이어 선사하며 '어쿠스틱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를 맘껏 내달렸다. 특히나 10cm는 내리는 비로 기타의 사운드가 잠시 끊기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라이브 무대를 펼쳐내며 만만치 않은 내공을 과시했다.
끝으로 이날 빼놓을 수 없는 숨은 공로자가 있었으니 바로 MC를 맡았던 소이였다. 그는 아티스트들과 진솔한 인터뷰는 물론, 내리는 비로 다소 지체되는 무대 준비 시간에도 능숙한 진행 실력을 뽐내며 '어쿠스틱 페스티벌'을 원활하게 이끌었다.
궂은 날씨에도 최선을 다해 연주한 아티스트들, 그리고 이들을 위해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음악에 자신을 맡겼던 관객들까지. 부산의 밤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비와 음악의 선율은 '아시아 송 페스티벌 2016'의 시작을 알리는 꽃가루 같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