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말이다. 독일의 축구 스타 미하엘 발락이 한국을 방문하면서 내뱉었던 말로 알려졌다. 이 한 마디가 차범근의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로 빠지지 않는 '차붐'이다. 그는 '갈색폭격기'로 불리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개 친 한국 축구 '불세출의 스타'였다.
이란에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9일(현지시간)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4차전을 준비하기 위한 한국 대표팀의 훈련장인 샤흐레 꼬드스 스타디움을 찾았다. 대표팀 훈련은 초반 15분 공개. 언제 끝날지 모르는 훈련이었다. 경기장 입구 앞에서 훈련이 끝날 때가지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축구장을 관리하는 직원 8명 정도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축구장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는가. 당연히 축구다. 기자가 합류하자 대화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들은 손흥민(토트넘)에 대해, 또 기성용(스완지시티)에 대해 물었다. 그 지겨운 이란의 6-2 대승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순간 유심히 귀를 기울이게 만든 내용이 있었다. 이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뒤 대표팀 코치로 합류한 이란 축구의 '상징' 자바드 네쿠남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한 사람은 "네쿠남은 이란 축구의 영웅이다"고 말한 반면 또 다른 사람은 "예전에 영웅이었지 지금은 아니다. 대표팀에서 은퇴한 네쿠남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 몇 선수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논쟁이 시작됐다. '어떤 선수가 더 잘 한다', '그 선수는 이것이 부족하다' 등 한국 축구팬들의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한 선수의 이름이 나오자 대화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논쟁 자체가 필요 없다는 눈치였다. 이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 모두가 인정하는 바로 그 이름이 나온 것이다.
이란의 수많은 스타 선수들 중 누구일까. 그 이름은 '나세르 헤자지'였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1970년대 이란 축구의 '상징'이었던 골키퍼였다. 2011년 61세의 나이로 사망한 그는 지금 이란 축구의 전설로 통한다.
아시안컵 2회 우승, 아시안게임 1회 우승을 비롯 올림픽과 월드컵 등 메이저대회는 모두 경험했다. 그리고 1972년, 1976년 아시안컵 2연패를 달성한 주역이었다. 그가 전설로 추앙받는 결정적 요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아르헨티나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나세르의 선방에 고전하며 본선 진출권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한 20세기 아시아 최고 골키퍼 2위. 또 ESPN이 선정한 아시아 축구 영웅 10인 안에도 포함될 만큼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나세르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다 갑자기 축구장 관리자 피우즈 라히미는 기자의 손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온 이유는 나세르를 향한 존경심이 얼마나 크고 넓은지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존경심의 증표는 사진이었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 나세르의 큼지막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그는 나세르의 사진을 가리키며 "이란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가 나세르다. 이란 국민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사진을 걸어 놓고 출근 할 때마다 본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여기가 나세르 헤자지의 나라입니까?" 축구를 사랑하는 이라면, 이란을 방문할 때 필요한 질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