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영남과 그의 매니저 장 모씨의 첫 공판이 열렸다. 이번 공판은 속초지원에서 재판 관할권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이송된 후 진행된 첫 공판이다.
이날 조영남 측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다"고 운을 뗐다.
변호사는 조영남의 무죄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로 '고지의 의무'가 조영남에게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는 "법률적 주장 중에 최초 고지가 있는데 그림을 사는 사람에게 조수가 도와줬다고 일일이 고지할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은 갤러리에서 판매를 한다. 일부 도움 받았다는 것을 고지하기 힘들다"며 고지의 방법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유명인이 자서전을 쓸 때 대부분 대필 작가를 쓴다. 구매자에게 대필 작가에 대해 알려줘야 하는지도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이번 사건이 모든 예술계에서 '고지의 의무'와 관련해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변호사는 두 번째 무죄 이유로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영남이 사기죄 기망의 고의가 있었는지에도 의문이 든다. 기존 모든 미술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없지만 조수를 쓰거나 도움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고지의 의무가 있더라도 일반인들이 알 수 없다"면서 "검찰에서는 90%를 조수가 그렸고, 피고인은 경미한 덧칠만 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작품의 아이디어는 피고인의 것이다. 조수는 단순 노동이었다. 누가 몇 퍼센트를 그렸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덧칠이 왜 경미한지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 측 모두 피고인이 무명화가 A씨와 B씨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해서 도움을 받은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다. 앞으로 그것이 기망의 고의가 있는지, 법률의 착오, 고지 의무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조영남은 약 20여분간 진행된 공판에서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임했다. 또한 법정엔 가수 김세환이 조영남 응원 차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무명화가 A씨와 B씨에게 그림 한 점당 10만원을 주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임의대로 회화 표현해 달라고 지시한 후, 배경에 경미한 덧 칠을 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판매해 1억 6000여 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무명화가 A씨는 지난 5월 16일 2007년부터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렸고, 조영남이 이를 고가에 팔았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0점 이상, B씨는 29점의 완성작을 조영남에게 전달했다. 조영남은 이들에게 건네 받은 완성작을 30~50만원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사기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했고, 조영남은 지난 6월 3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다음 공판은 다음 달 21일 증거조사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하 일문일답.
- 재판에서 무죄라고 주장했다. "사기를 쳤거나 치려고 마음 먹은 적이 없다. 곧 재판을 통해 사기죄 여부가 가려질 것 같다. 첫 공판이 열리고 나니 일단 마음이 편하다. "
- 대작이 관행이라고 주장하는데. "외국에서는 조수를 쓰는 것이 관행이라고 들었다.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하지만 국내 작가에 대해선 언급을 한 적 없다."
- 대작 논란에 '속았다'라는 시각이 있다. "국내 작가 중에서 조수를 안 쓰고 묵묵히 창작 활동하는 화가들한테는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100번이고 사과드리고 싶다. 일이 이렇게 됐지만 고의는 아니었다."
-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선 추후 재판을 지켜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