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한 만큼 가져 가는 것이 커 정말 행복하다. 나에게 골프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박세리)
"박세리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특히 아시아에서 골프 붐을 일으킨 선수다."(마이크 완 커미셔너)
'골프 여왕'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가 13일 국내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때 은퇴식을 열고 골프 무대를 떠난다.
박세리는 대회 개막에 앞서 1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진행된 '은퇴 기자회견'에서 "골프선수로서 '꼭 성공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고, 성공 뒤 나의 이런 모습이 고맙다. 또 골프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은퇴에 대한 후회는 없다. 나는 그동안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 때문에 무엇도 장담할 수 없지만 내 자리를 잘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동석한 LPGA투어 마이크 완 커미셔너는 "다른 많은 선수들, 미디어, 팬들이 박세리 선수가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어인지 알고 있다"며 "박세리는 위대한 선수이자 선수들에게 좋은 멘토였고 코치이기도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박세리는 LPGA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통산 상금 1000만 달러(총 획득 상금 1258만 달러)를 돌파했고,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달성했다. 또 2007년 한국인 및 아시아인 최초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등 수많은 기록들을 세웠다. 그에게는 '한국 골프의 위대한 개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골프계에 '세리 키즈'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박세리의 골프는 등장부터 눈부셨고 강렬했다. 특히 1998년 미국 진출과 함께 그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해 5월 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과 7월 US여자오픈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당시 루키가 데뷔 첫해 첫 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로 장식한 선수는 박세리뿐이다.
US여자오픈에서는 워터 해저드에 볼이 떨어지자 골프화를 벗고 '하얀 맨발 샷'을 시도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박세리는 한국이 수출한 최고의 상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그는 인생 2막의 새 출발점에 섰다. 이미 지난 7월 US여자오픈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뒤 LPGA투어를 접었고 그 마지막 은퇴식만을 남겨 놓고 있다. 박세리는 "얼마 전 고인이 된 아널드 파머처럼 많은 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또 골프를 발전시키고, 골프를 사랑하고, 골프의 꿈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대회 본부는 이번 박세리 은퇴식이 단순히 LPGA투어 대회에서 벌어지는 작은 이벤트가 아니라 한국 골프에 큰 족적을 남긴 '박세리 프로의 마지막 모습'에 많은 이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은퇴식은 박세리의 1라운드 경기가 종료되는 13일 오후 4시께 오션코스 18번홀에서 진행된다. 이날 박세리는 오전 10시40분 펑샨샨, 렉시 톰슨과 1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다.
JTBC GOLF는 13일 대회 1라운드는 낮 12시부터, 14~16일 대회 2~4라운드는 오전 11시부터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