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캡틴' 기성용(스완지 시티)은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 중 하나다. 그래서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이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4차전 한국과 이란의 경기를 위해 이란 테헤란을 찾은 기성용을 향해 이란 언론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이란 미디어의 기성용을 향한 관심의 종류는 조금 다르다. 한국의 주장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기성용에 대한 관심도 있었지만 그 보다 더 큰 것이 '소서노의 남편'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란에서는 주몽이 '국민 드라마'다. 주몽이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방송돼 엄청난 국민적 인기를 모았다. 시청률이 무려 80%가 나왔다고 한다. 주몽의 여주인공이 바로 소서노, 기성용의 아내 한혜진이다.
이란에서는 기성용이 '한혜진의 남편'으로 더 알려져 있다. 기성용이 이란에 오자 이란 언론들은 '소서노의 남자'가 왔다고 반겼다. 한 이란 매체가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3차전에서 기성용이 골을 넣은 뒤 한혜진에게 하트 세리머니를 하는 장면을 보도하는 등 이 부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 9일 대표팀의 훈련장인 꼬드스에 위치한 샤흐레 꼬드스 스타디움에서 한 이란 청년이 핸드폰을 내밀어 사진을 보라고 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한혜진이었다. 그리고 그는 물었다. "한혜진의 남편이 누구인가?"라고. 한 번만 받은 질문이 아니다. 대표팀 훈련장에서 한국 기자들이 듣는 단골 질문이 됐다.
한혜진의 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성용에게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보일만큼 이란에서 주몽이라는 드라마가 대단한 것일까. 11일 만난 김승호 주이란 한국대사에게 이란 내 주몽의 영향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대사는 "이란이 석유와 가스만 있는 나라가 아니듯이 한국 역시 주몽의 나라가 아니다. 주몽이 워낙 이란에서 크게 인기를 모았다. 그래서 이란 사람들은 주몽을 기준으로 한국을 바라본다. 한국을 보는 스펙트럼이 주몽을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한국 문화와 주몽은 많이 다른데도 말이다. 주몽이 큰 이슈가 돼 좋지만 이런 점들 때문에 한국과 이란 양국 교류 발전을 막는 장애물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주몽의 영향력은 이란에서 폭발적이라 할 수 있다. '소서노의 남편'을 향한 관심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성용은 '한혜진의 남편' 자격으로 훈련장과 숙소에서 수많은 이란 사람들과 사진을 찍어야 했다.
이란과의 경기날에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모든 이란 언론들이 기성용 주변에 몰렸다. 그리고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기성용은 여유롭게 답했다.
한국이 이란에 0-1로 무기력하게 패배했지만 다행스러운 건 한국 대표팀 중 유일하게 기성용만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소서노 남편'은 소서노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