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39) 넥슨 대표는 회사를 이끈 지 2년 6개월이 지나면서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조직 리뉴얼과 모바일 게임 사업의 정상 궤도 올리기 등의 과제를 안고 출발한 박 대표는 그동안 숱한 난제를 만났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의 뇌물 사건은 물론이고 야심작 '서든어택2'의 성상품화 논란에 이은 서비스 종료, 여성 혐오 논란 등 쉽지 않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박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모바일 게임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 이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모바일 게임 신작들이 이달부터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표가 2년 6개월 간 쓴 시험지의 채점이 본격 시작됐다. 박 대표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지지부진 모바일 게임 사업 맡아
넥슨은 PC 온라인 게임 강자이지만 아직 모바일 게임에서는 1위 넷마블게임즈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박 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여러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여 왔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글로벌 게임산업이 모바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었지만 넥슨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
모바일 게임사로의 변신이 절실했던 넥슨은 2014년 3월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당시 37세였던 박지원 글로벌사업총괄을 대표로 선임한 것이다.
박 대표는 2003년 넥슨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2009년 경영기획실 실장, 2010년 운영본부장에 이은 등기이사 선임, 2012년 글로벌사업총괄 등 승승장구했다. 특히 2011년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넥슨의 에이스 중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리고 2014년 4월 국내 1위 게임사인 넥슨의 수장이 됐다. 11년 만에 말단 직원에서 대표가 되는 '직장인 성공 신화'를 써내려갔다.
박 대표의 성공은 운이 아니라는 평가이다.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도 게임 개발은 물론이고 마케팅·인사·투자·법무 등 거의 모든 업무를 꿰고 있고, 업무 추진 능력도 뛰어난 천재로 인정받고 있다.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이런 능력자가 모바일 게임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2년 6개월 여전히 넷마블 도전자
그러나 박 대표가 취임한 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넥슨은 넷마블의 도전자에 머물러 있다. 2014년 7월 '영웅의군단 for Kakao'를 출시한 이후 13일 현재까지 20여 종의 모바일 게임이 나왔지만 넷마블을 잡을 정도의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성공작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2015년 4월 글로벌에 먼저 선보인 '도미네이션즈'와 같은 해 11월 출시한 '히트'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특히 히트는 출시 하루만에 구글와 애플 양대 앱마켓에서 최고 매출 1위에 올랐고 지금도 구글 앱마켓에서 10위권을 유지하는 등 장수하고 있다.
그러나 히트 이후 흥행작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작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듯이 히트 흥행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박지원 게임 이제서야 본격 출시
올 여름까지 조용하던 넥슨은 지난 9월부터 신작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삼국지를 품다2 PK'를 비롯해 '삼검호2' 'M.O.E(마스터 오브 이터니티)' 'D.O.S(다이스 오브 소울)'를 지난달 출시했고, 이달 6일 '삼국지조조전 온라인', 13일 '메이플스토리M'을 선보였다. 올해 초부터 13일 현재까지 출시된 9종 중 절반이 넘는 6종이 두 달 사이에 나온 것이다.
넥슨은 이후에도 '진격의 군단'(27일 예정), '퀴즈퀴즈'(이달말), '3D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진삼국무쌍:참' 등 심혈을 기울려 준비한 신작들을 줄줄이 출시할 예정이다. 박 대표가 준비한 모바일 신작들이 이제서야 대거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표의 성적표도 본격적으로 매겨지게 됐다.
A 게임사 관계자는 "박지원 대표가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뚜렷한 족적을 잘 모르겠다"며 "최근 들어 쏟아지는 신작들의 성적에 따라 박 대표의 성과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게임사 관계자는 "박 대표가 온 이후 넥슨의 모바일 게임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지만 넷마블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반짝 히트하는 것이 아니라 롱런라는 흥행작을 여럿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박 대표는 넥슨의 개발 DNA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모바일 신작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며 "이제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