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6인조 데뷔 후 1세대 아이돌로 H.O.T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온 젝스키스가 해체 후 16년만에 다시 모였다.
이들의 만남은 단순 일회성이 아니다. MBC '무한도전'으로 뭉쳤지만 단독콘서트와 음원 발표까지 데뷔 초로 돌아갔다. 지난 7일 발표한 신곡 '세 단어'는 각종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며 현역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자랑했다. 다른 가수들이 재결합 후 단순 인기만 얻고 끝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멤버들은 요즘말로 '방부제를 먹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변함없는 미모를 드러냈고 타블로에게 받은 노래는 트렌드를 읽었다. 너무 옛스럽지도 너무 앞서 가지도 않는, 딱 젝스키스만을 위한 곡이다.
젝스키스는 재결합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세 가지를 꼽았다. '무한도전'과 양현석 대표, 16년을 묵묵히 기다려온 팬이다. 은지원은 "멤버들끼리 재결합 욕심이 있었지만 조심스러웠다. '무한도전' 덕분에 성공적인 재결합이 이뤄졌다. 너무 고마워서 불러만 주신다면 매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YG 수장' 양현석은 정신적 지주. 멤버들은 "형은 점쟁이다. 말하는 대로 다 이뤄진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 혼나기도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린 시절 우상에게 가르침을 받는 건 축복이다"고 표현했다.
노랑 풍선을 흔드는 팬들, 일명 '노랭이'들은 여전히 단합력을 자랑했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열린 '부산 원아이사 페스티벌'에서 공연장을 노란색으로 물들였다. 멤버들은 "그 많은 팬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리도 의문이다. 이젠 우리가 뭘 하든 다 이해해준다"고 고마워했다.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젝스키스는 어렵게 시간을 내 술잔을 기울였다. 취중토크의 취지에 맞게 솔직한 대답이 이어졌다. '아픈 손가락'인 고지용에 대해 "우리는 지용이를 이해한다. 우리가 좀 더 잘 하면 같이 무대에 설 날이 오지 않을까. 오히려 확실히 정리해줘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각자 활동이 있고 젝스키스 일정에만 모이기 때문에 다른 아이돌과 다르다. 의상의 통일성이 조금도 없다. 은지원은 캐주얼 수트 차림의 장수원을 보곤 "넌 결혼식 가냐. 취중토크 취지를 모르냐"고 놀렸다. 이재진은 앞치마를 두르고 적극적인 자세로 고기를 구웠다. 멤버들은 "인터뷰 끝나고 안무 연습을 하러 가서요. 연골을 아끼려면 술은 자제해야죠"라며 떠났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재진 "소주는 세 병까지 마실 수 있고요. 맥주는 한 박스 가능해요."
지원 "저도 소주 세 병까진 마신뒤 두 다리로 걸어 나갈 수 있어요. 아주 멀쩡한게 세 병이고 네 병부터는 의식이 흐려지면서 그 뒤로는 모르겠어요."
수원 "소주는 한 병반 정도요. 섞어 마시면 많이 마실 수 있고 특히 소맥을 좋아해요."
재덕 "맥주를 좋아해요. 요즘 편의점가면 이벤트하잖아요. 네 캔에 맥주 만원이요. 그렇게 딱 마시면 좋아요."
성훈 "제가 제일 약할걸요. 소주 한 병이요."
-멤버들끼리 술을 자주 마시나요.
지원 "다들 스케줄이 있다보니 자주 마시진 못 해요. 다만 모이면 한 번에 몰아서 마시죠. 특별히 주종은 가리지 않고 각자 마시고 싶은 걸로고르죠."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지원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스타일이요."
성훈 "멤버들 딱히 특별한 진상은 없어요. 그렇게 코가 비뚤어질만큼 마시지도 않고요."
-16년만에 컴백했어요. 소감이 무척 남다르겠죠.
지원 "마음 속 열정은 현역 아이돌 못지 않거나 더 잘할 수 있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안타깝네요. 예전 안무를 다시 추려니 안 되는 부분도 있더라고요. 그게 좀 마음에 걸리지만 나머진 괜찮았어요. 만족스럽네요."
재덕 "체력이 떨어지다보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졌어요. 이젠 짧고 굵게 배우고 연습해야해요."
재진 "무대에서 안무 틀리면 틀린 줄도 모르겠어요. 이게 다 집중력이 떨어져서 생긴 일이죠."
성훈 "우리 스스로를 '아이돌'이라 불러도 되나 싶어요. 숍에서 요즘 아이돌을 보면 메이크업이 세더라고요. 그들과 비교하면 우리는 아이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원 "아이돌은 무슨… 마흔돌이죠. 마흔돌."
-신곡 '세 단어'가 차트 1위를 차지했어요. 예상했나요.
지원 "예상은 못 했지만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어요. 기대하면서도 '차트 1위가 과연 될까 싶었죠. 지금이 딱 음원 강자들만 모여 있는 시즌이잖아요. 제발 5위안에만 들자고 빌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자정에 공개했는데 시간 단위로 체크하나요.
지원 "오전 4시까지 확인하다가 그제서야 잤어요. 몰랐는데 요즘은 5분 차트가 있더라고요. 그래프로 실시간 보여주니깐 미치겠던데요. 주식을 안 해봤는데 그래프를 보니깐 왜 사람들이 주식에 빠지는지 알겠어요. 또 5분 차트로 팬들의 동향을 살필 수 있더라고요. 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어요."
재덕 "지원 형이 그래프를 보내주더라고요. 그래서 알았어요."
재진 "차트를 계속 들여다보니 어느 순간 좀비가 돼 더라고요."
-요즘 '지붕킥(차트 1위 기준치 초과)'이란 신조어도 있는데.
지원 "아, 그 말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그동안 음원도 많이 냈는데 '지붕킥' 근처를 가봤어야죠. 음원 출시로 새로운 걸 많이 알게 됐어요."
-'세 단어'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요.
재덕 "우리 다 환호하지 않았나. 다들 마음에 들었어요."
지원 "물론 좋았죠. 콘서트에서 첫 공개했는데 1만명이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숨죽여 듣더라고요. 그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한 명도 소리내지 않고 듣고 있었어요. 그때 너무 긴장됐어요. 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좋아서 가만하 있는걸까 .싫어서일까."
성훈 "환호성이 없어서 노래가 별로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노래가 세련됐잖아요. 너무 트렌디하지도 않고 옛 느낌이 나는 것도 아니고요."
-타블로와 작업은 어땠나요.
재덕 "감수성이 예민하던데요. 우는 거 봤어요. 또 녹음 분위기를 잘 살려줘요. 칭찬을 많이 해요. 우리가 봐도 그 정도는 아닌데 노래 잘하는 가수와 비교하면서 칭찬하는데(웃음). 특정 보컬리스트 뺨친다는 표현을 해주는데 그런 식으로 기를 많이 살려주는 편이에요."
지원 "하도 칭찬을 많이 하니깐 나중에 일부러 놀린다는 느낌도 있었어요.(웃음) 이게 칭찬인가 싶더라고요. 더 열심히하라는 뜻이었겠죠."
성훈 "1990년대 활동 당시에는 녹음 하면서 많이 혼났어요. 그러다보니 주눅 들어 실력 발휘를 못 했는데 이번엔 서로 칭찬해주며 응원하고 북돋아주고 분위기 좋던데요."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끝났어요.
재덕 "리프트 타고 내려오면 화면이 열리면서 저희가 등장했거든요. 한 눈에 안 들어오는 노란 불빛이 반짝였어요. 전율과 소름이 온 몸에 쫙 끼치더라고요. 뭔가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생긴다고 할까요. 그들과 저희만 다른 공간에 있는 기분이었어요. 지금도 소름끼쳐요. 가수들은 이런 감정을 느끼려고 무대에 계속 서는 것 아닐까요."
-여운이 오래 가나요.
재덕 "지금도 떠올리면 감정이 북받쳐올라요. 또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공연 중 아쉬운 점도 있나요.
지원 "공연이 끝나고 무대로 나와 객석을 바라보는데 해체하고 있었어요. 이틀간 수 만명의 팬들과 함께한 공간인데 부수는게 아까웠어요."
재진 "눈 앞에서 사라져가는 걸 보니 짠하고 뭉클하고 묘한 기분이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을텐데.
재진 "'무모한 도전' '컴백' '폼생폼사' 등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이 많잖아요. 너무 힘드니깐 보이지 말아야 할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나더라고요. 무릎 나가는 줄 알았어요."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겠어요.
지원 "16년을 기다린 팬들이라 보채지 않아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믿음을 갖고 서로를 믿다보니 더 단단해지는 기분이에요. 이래라저래라가 아니라 '알아서 잘 하겠지'라고 해요."
-양현석 대표가 직접 콘서트 동선까지 체크했다고요.
지원 "형이 요즘말로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표현은 잘 안 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저희가 직속후배잖아요. YG 가수 중 원타임·지누션 말고 현석이형과 활동한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래서 저희에게 더 신경을 많이 쏟고 챙겨주려고 해요. 뮤직비디오 편집도 직접 했고요."
-작업 도중 혼나진 않았나요.
지원 "'아직도 이런거 봐줘야하냐'며 혼난 적도 있는데 그것도 다 관심이죠. 수원·재덕이의 솔로 무대는 현석이형이 살려냈어요. 처음 버전을 보고 나서 바꾸자고 했고 바꾼게 훨씬 좋았죠."
성훈 "혼내도 잘 알아듣게 말하니 조언이죠 조언. 젝스키스 데뷔 전부터 봐왔고 워낙 존경했던 사람이니 혼나도 좋죠."
-양현석 대표에 대한 존경심이 상당해요.
지원 "재덕이와 재진이는 젝스키스 데뷔 전 춤을 춰서 늘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현석이형을 꼽았어요. 우리도 음악 프로그램에 나가면 형 노래 많이 불렀고요. 과거 저희가 쓴 자서전이 있는데 거기에도 '양현석처럼 되고 싶다'고 적혀 있어요."
성훈 "저는 현석이형 무대 보려고 현장까지 따라다니는 팬이었어요. 그때 경호원에게 맞고 그랬는데."
-재진 씨는 가족관계이기도 하고요.
재진 "앨범 작업을 할 때는 어느 정도 선을 지키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가족이지만 일할 때는 또 다르니깐요."
지원 "재진이 덕 좀 볼 줄 알았는데 쟨 아무런 힘이 없어요. 오히려 저희보다 더 혼나요.(웃음)"
-재결합의 한 몫에는 '무한도전'도 있어요.
지원 "'무한도전'은 은인이죠. 너무 고마워서 매주 출연하고 싶은데 안 불러주네요. 부르면 언제든 나가서 보답해야죠. 불러만 주세요."
수원 "출연료 이런거 신경쓰지 말고 불러줬음 좋겠어요."
재진 "지난번에는 저희 얘기를 하느라 끝났는데 굴욕적인 것도 당해보고 싶어요. 매주 출연하고 싶어요."
성훈 "사실 '무한도전' 방송 전에도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었고 재결합에 대한 얘기도 끊이지 않게 나눴어요."
지원 "누구보다 수원이가 재결합하자고 했는데 그때마다 늘 제가 반대했어요. 섣불리 나가고 싶지 않았는데 마침 '무한도전'과 잘 맞물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