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담뱃값 인상 효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수익 대부분을 본사에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정작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한국시장에 재투자하거나 사회 환원에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뱃값 인상 수익으로 본사 '배당 잔치'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말보로 등을 판매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519억2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98% 늘었다. 이 기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108억7000만원, 1917억7100만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34%, 37.66% 급등했다.
던힐 등을 생산하는 BAT코리아도 2014년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BAT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4년 마이너스 56억6700만원에서 2015년 115억6900만원으로 급증했다. 매출액은 3910억2900만원이다. 순이익도 2014년 마이너스 96억8900만원에서 지난해 270억7600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들 외국계 담배 업체들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는 담뱃값 인상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1월 정부는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담배 한 갑당 1550원이었던 세금을 3318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평균 2500원이던 담뱃값은 4500원이 됐다.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출고가 및 유통 마진도 950원에서 1182원으로 24% 증가했다. 담배 회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크게 늘어난 이유다.
하지만 이들 회사는 이 같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나 공헌에는 인색했다. 특히 이익의 대부분을 본국에 배당금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 1917억7100만원을 외국계 대주주 미국법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로 100% 송금했다. 여기에 대주주와 상표권 계약을 하고 상표권 사용의 대가로 순매출액의 6~12%를 로열티로 추가 지급해 사실상 100%를 훌쩍 넘기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필립모리스가 지난해 지급한 로열티만 508억원에 달했다.
BAT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순이익 270억7600만원에서 손실분을 제외하고 남은 173억8700만원 전액을 주주인 미국법인 브라운앤드윌리엄스홀딩스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담뱃값 인상에 따른 실적을 본사 '배당 잔치'에 활용했다"며 "정부가 담뱃값을 올려 서민에게 고통을 안겨준 반면 외국계 담배회사 본사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공헌도 '나몰라라'…대신 세금 탈루
이처럼 이들 회사들은 수익금 전부를 본국에 보내느라 분주했지만 돈을 벌어들인 한국에 대한 재투자나 사회 환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3억7100만원을, BAT코리아는 5600만원을 기부했다. 이는 모두 두 회사 매출의 1%도 채 안되는 금액이다. 2014년에도 두 회사가 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3억4200만원, 6800만원에 불과했다. 국내 담배 업체인 KT&G가 매년 수백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신 이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지난해 초 담뱃값 인상 직전 미리 재고분을 많이 만들어 뒀다가 인상 후 판매하는 수법으로 수천억 원의 세금까지 탈루했다.
지난달 22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담배회사들이 챙긴 재고차익은 필립모리스코리아 1739억원, BAT코리아 392억원 등이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이들 담배회사들이 서류와 전산망 등을 조작해 세금을 탈루한 사실도 적발했다.
필립모리스의 경우 제조장 인근에 임시 창고를 빌린 뒤 담뱃세 인상 전에 담배를 빼돌려 인상 전 세율을 적용 받는 방식으로 805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드러났다.
5568만 갑을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허위로 입력해 886억원을 탈루하기도 했다.
BAT코리아도 2014년 말 보관 중이던 2463만여 갑을 반출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외국계 담배회사가 탈루한 세금액은 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기부금으로 잡히지는 않았지만 '바다사랑 캠페인' '청소년 흡연예방 캠페인'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왔다"며 "2019년까지 약 2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도 "최근 순익이 늘었을 뿐이지 그 동안 적자 상태였다"며 "올해부터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