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스플릿'(최국희 감독)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 날 제작보고회에는 최국희 감독을 비롯해 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가 참석해 영화 소개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스플릿'은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도박볼링 세계에 뛰어든 밑바닥 인생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도박볼링판의 현장을 리얼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최국희 감독은 "도박 영화라고 해서 차갑고 냉정함만 있는 영화는 아니다. 루저와 허당끼 있는 도박꾼이 천재 볼링소년을 만나 성장하는 따뜻한 이야기다"며 "'스플릿'의 뜻은 '쪼개지다'는 의미가 하나 있고, 볼링 용어로는 처리하기 힘든 끝과 끝의 핀이 남은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유지태는 이번 영화에서 한 때 퍼펙트맨으로 불린 전직 볼링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재는 도박볼링판의 선수로 뛰고 있는 철종을 연기했다. 사고로 모든 것을 잃은 뒤 도박판을 전전하는 밑바닥 인생으로 설정된 만큼 유지태는 실없는 웃음을 짓고 다니면서도 까칠한 면모 역시 숨기지 않는다.
캐릭터를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진 유지태는 "볼링이라는 소재가 독특했고 도전해 볼 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진지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 그간 작가주의 영화나 심각한 캐릭터를 주로 선택했는데 이번엔 밝고 재기발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며 '스플릿' 팀에 대한 아낌없는 애정을 내비친 유지태는 정성화 출연 소식에 합류를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고. 유지태는 "정성화가 먼저 캐스팅돼 있었는데 너무 연기를 잘하기 때문에 내가 말려들까봐 '할까 말까' 고민이 되더라. 뮤지컬 배우부터 영화까지 선입견을 깬 대단한 배우다"고 극찬했다.
유지태의 파트너 이정현은 도박볼링판에서 철종을 게임으로 안내하는 브로커로 짝퉁 명품을 온 몸에 휘두르고 센 척을 하지만 허당의 기운을 감추지 못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희진으로 분한다.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가 이정현의 매력을 배가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정현은 "들어오는 시나리오가 늘 어렵고 어두운, 한이 맺힌 캐릭터가 많았다. 근데 이번에는 밝은 작품에 밝은 캐릭터라 너무 하고 싶었다"며 "허당끼가 있는 캐릭터라 재미있었다. 평소에 돈을 잘 세서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고 귀띔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사실 내 인생 영화가 '올드보이'다. '나 '올드보이'에 나온 유지태 오빠와 연기 하는건가?'라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고 영광이었다"며 "이다윗은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에서 정말 좋은 연기를 보였줬고 정성화 오빠는 뮤지컬계의 황태자다. 무대 장악력이 엄청나다"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폐 성향이 있는 볼링천재 영훈을 연기한 이다윗은 자폐아 연기에 대한 부감감 때문에 '스플릿' 출연을 고심했다. 이다윗은 "'말아톤' 조승우 선배님의 연기가 워낙 훌륭하지 않았냐. 그 이상을 보여줄 자신이 없어 처음엔 출연을 거절하려 했던 작품이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다윗은 선택을 강행했고, 자신 만의 캐릭터로 소화해 내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며 "평소 자주 가던 잠수교에서 자폐 연기를 연습했다. 매일 밤바다 나가서 연습을 했다. 한 번은 청소부 아저씨가 길 잃어버린 것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성화와 이정현은 잊지 못할 촬영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성화는 "춘천 아외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데 나방 떼 10만 마리 정도를 본 것 같다. 나방들이 조명에 달려드는데 조명을 켜 놓으면 나방이 달라붙어서 어두워지기까지 했다"며 "당시 유지태와 함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는데 입에 나방이 들어 갈까봐 입을 다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이정현은 "힘든 점은 하나도 없었다. 신인 감독님이신데 판단력이 빠르시더라. 촬영이 굉장히 빨리 끝났다. 유지태, 정성화가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갔다"며 정성화가 머리채 잡는 신을 언급하자 "워낙 액션이 좋아 기술적으로 잡으시더라. 아프지 않았다"고 시원하게 넘겼다.
이와 함께 배우들은 '인생 배팅'에 대해 논해 눈길을 끌었다.
정성화는 "사람들이 정성화 하면 웃긴 역할을 먼저 생각하는데, 정성화도 악역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영화에 연기 배팅을 했다", 이정현은 “가수를 내려놓고 영화배우로 연기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이 내겐 인생 최고의 배팅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유지태는 “내 인생의 배팅은 ‘스플릿’이다. 우리 한번 1,000만 가볼까?"라고 자신감을 드러내 주목 받았다. 이에 이정현은 “블라인드 시사 평점이 4.4점이 나왔다고 하더라"며 흡족함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