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넥센을 5-4로 꺾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거두며 NC가 기다리고 있는 PO에 진출했다. 정규 시즌 2위 NC의 전력은 막강하다. 하지만 NC는 LG가 2년 전 준PO에서 3승1패로 누른 팀이기도 하다.
승리가 이어지면서 올해 서울 LG 팬들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으론 짙은 향수도 자아낸다. 많은 팬들은 1990년 LG 전성기 때의 '신바람 야구'가 돌아왔다고 느낀다.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자신 있게 배트를 돌리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준PO 미디어데이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을 치르며 형성된 상승 분위기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팀이 기세를 타고 있다는 뜻. 이 기세는 준PO에서도 이어졌다. 젊은 선수들은 부담에 짓눌리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듯 했다. 감독 거취 문제로 내홍을 겪은 넥센은 기세가 이어지다가 끊기곤 했다.
준PO 최종전이 된 17일 4차전을 앞두고 여러 LG 선수들 입에선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왔다. 베테랑도 그랬다. 외야수 박용택과 투수 이동현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뛰었다. 박용택은 "정규 시즌 때보다 느낌이 훨씬 좋다.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 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동현도 "기세 면에선 2002년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했다.
포스트시즌 경기가 거듭되면서 선수단은 더 단단해졌다. 몇 년 전까진 선·후배 사이에 벽이 느껴지던 팀이었다. WC 1차전에서 유격수 오지환이 실책 두 개를 저질렀다. LG는 2-4로 졌다. 그러나 바로 다음 경기에서 환상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준PO에선 공수에서 펄펄 날며 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첫 경기 실수에 주눅 들지 않았다.
오지환은 시리즈가 끝나고 "실책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배들이 '경기를 즐기라'고 조언했다. 그래서 즐기며 했다" 며 "경기를 즐기려고 하니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포수 유강남은 준PO 2차전까지 선발로 출장한 두 경기에서 팀이 모두 패했다. 의기소침해질 수 있었다. 선발포수 자리를 나누고 있는 선배 정상호가 강조했던 말이 도움이 됐다. 바로 ' 평정심'이다. 유강남은 시리즈 분수령이 된 준PO 3차전에서 데이비드허프와 환상적인 호흡을 이뤘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결승 투런홈런까지 때려 냈다. LG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1994년에 이동현은 11살 꼬마였다. 하지만 당시 LG가 어떤 팀이었는지는 알고 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감정이입 했다. 이동현은 "1994년엔 신인 3총사와 베테랑 선수들이 조화를 이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며 " 올가을엔 1994년과 비슷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생각이 ' 설레발' 로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94년 LG는 1루수 서용빈, 유격수 유지현, 외야수 김재현이 맹활약해 팬들을 열광시켰다. 간판타자 김상훈을 내주고 해태에서 영입한 한대화는 고비마다 타점을 만들며 '해결사' 로 명성을 날렸다. 마운드에선 베테랑 김용수· 정삼흠·김태원과 2년차 에이스 이상훈, 신인 인현배가 조화를 이뤘다. '자율 야구' 로 명명된 이광환 감독의 리더십은 주목을 받았고, 신구 조화 속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에 성공했다.
올해 LG는 정규 시즌 5할 승률로 4위에 그쳤다. 하지만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양상문 감독은 뚝심 있게 리빌딩 정책을 밀어붙이며 선수들에게 믿음을 얻었다. 매 경기 호쾌한 타격을 보여 준 건 아니지만, 실책과 부진을 만회하는 '반전 용사'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포스트시즌 6경기에서 LG 팬들은 분명 '신바람'이 났다.
PO 진출을 확정한 뒤 LG 선수들이 든 플래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신바람 나는 가을 야구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