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10개 구단 감독들이 입을 모았다. 전력 평준화와 황금 신인의 등장, 새 외국인 선수라는 변수까지 겹친 2016~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각 팀 사령탑들은 "우승 후보보다 6강 탈락 팀이 더 궁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1997년 출범 이후 21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농구가 22일 개막한다.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은 1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2016~2017 KCC 프로농구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었다. 정규 리그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번 미디어데이 행사에는 10개 구단 감독과 주요 선수들, 그리고 '빅3'로 꼽히는 이종현(22·모비스), 최준용(22·SK), 강상재(22·전자랜드) 등 신인선수 3인방이 참석해 입씨름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이날도 개막을 앞두고 빠지지 않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두 팀을 예상해 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난색을 표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유재학(53) 울산 모비스 감독은 "올 시즌은 각 팀 전력이 비슷비슷하다. 어느 팀이 6강에 못 올라갈지 더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오리온과 KCC 그리고 '빅3' 신인을 잡은 SK, 모비스, 전자랜드 중 2팀이 올라갈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유 감독의 말에 많은 감독들이 공감을 표했다. 문경은(45) 서울 SK 감독은 "지난 시즌에 9등을 해서 (올해) 큰 목표는 못 잡았다. 끌어내릴 4팀을 생각해 봤는데 없더라"며 "나 역시 6강에 못 갈 팀이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2팀은 오리온과 KCC가 가장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냈다. 유도훈(49) 인천 전자랜드 감독은 "2팀을 꼽으라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포기를 선언했고, 김진(55) 창원 LG 감독도 "2팀을 꼽기 힘든 시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역시 대세는 지난 시즌 챔피언 고양 오리온과 정규 리그 우승팀 전주 KCC 쪽으로 기울었다.
김영만(44) 원주 동부 감독은 "선수 구성에 변화가 없는 KCC나 오리온이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두 팀의 손을 들어 줬고, 이상민(44) 서울 삼성 감독도 "KCC와 오리온이 강하지 않나 싶다"고 힘을 보탰다.
만인에게 챔피언결정전 진출 후보로 지목된 오리온의 추일승(53) 감독은 여유로웠다. 추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갈 한 팀(오리온)은 분명히 알겠는데 나머지 한 팀은 모르겠다"며 패기 넘치는 전망을 내놓은 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한 팀은 전자랜드가 되면 좋겠다. 이동 거리가 가장 짧다"고 농담까지 곁들이는 여유를 보였다.
후보로 거론되지 않아 씁쓸해하는 팀들도 있었다.
김승기(44)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은 "예전엔 KGC가 우승 후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김진 감독님과 추승균(42) 감독님만 우리를 언급했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농반진반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나는 일을 저질러 놓고 그걸 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올해는 우리가 올라갈 것이다. 상대를 고르고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선전포고를 던졌다. 부산 kt의 조동현(40) 감독도 "역시 우리팀은 아무도 언급을 안 해 준다"고 씁쓸하게 중얼거려 웃음을 자아냈다.
올해 프로농구는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오리온과 KCC의 22일 공식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54경기의 정규 리그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