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송된 MBC '사람이 좋다'에서는 베트남에서 인생 제 2막을 시작한 염경환 가족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염경환은 최근 아들 은률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베트남 행을 결심했다. 은률이와 아내가 베트남으로 떠난 지는 한 달 남짓 됐다다. 염경환은 "큰 결정에 따라 준 가족들의 마음과 모험심이 고맙다. 나도 냉정하게 결정을 내리고 아이 엄마와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일, 이, 삼만 알면 다 통한다"며 긍정적인 마인드를 내비친 염경환이다. 힘겨운 타지 생활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아들 은률이다. 염경환은 은률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줄 준비가 다 돼 있는 아빠였다.
은률이는 현재 베트남 한인 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다. SBS '붕어빵'에 출연했을 당시보다 훤칠하게 성장한 은률이는 누구보다 빠르게 베트남 생활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염경환에 따르면 수업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영어와 베트남어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고 골프, 수영 등 현지 날씨에 맞는 방과 후 활동, 여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이득이 있다는 설명이다.
염경환은 "베트남에 갈 때 은률이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아이의 생각이 중요하니까. 6개월 동안은 매달 가서 조사하고 보고 또 봤다. 그리고 그 때마다 은률이를 데리고 갔다. 반 년이 넘어서 '아빠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은률이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고 은률이가 '아빠, 나도 가고 싶어. 아빠 따라갈게'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은률이는 "가고 싶었다. 한국은 학원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학원에 많이 다녀야 휼륭한 사람 된다고 했는데 더 지친 사람이 됐다. 지쳤다. 힘들고 자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은률이는 염경환에게 찾아 온 선물이자 구세주. 염경환은 과거 지상렬과 '클놈'으로 큰 사랑을 받은 후 해체, 독자적인 활동을 이어갔지만 소속사와의 문제로 방송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염경환은 "사안 좋은 법적 뉴스가 자꾸 나오니까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도 출연할 프로그램이 없으면 100원도 못 번다. 수입이 0원이다"며 "항상 불안감에 살다 보니까 어차피 이렇게 그만둘 것이라면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다"며 "은률이 돌 때도 방송국 사람은 한 명도 안 불렀다. 상렬이, 구라 아무도 모르게 그냥 조용히 보내고 방송국에서 사라지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시작했던 사업들마저 줄줄이 실패하며 힘들었던 시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방송에 다시 복귀할 수 있었던 건 아들 은률이 덕분이었다. 함께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돼 ‘은률이 아빠’로 생애 첫 시상식까지 누비며, 개그맨 생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가장 큰 행복을 안겨 준 아들이 아빠에게는 가장 미안한 존재이기도 하다. 과거 가족이 함께 살 집 한 채도 없는 탓에 어린 은률이는 아내와 함께 시골 장모님 댁에서 자라야 했다. 또 아들의 존재도 30개월이 될 때까지 숨겼다. 함께 해주지 못한 것이 염경환에게는 평생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다.
염경환은 "'이렇게 복 많은 아이, 하늘이 주신 선물을 왜 숨겼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더니 "앞으로도 난 계속 아내와 아들만 생각할 생각이다. 자존심 상하고 힘들고 그런 것은 없다. 어떤 일이 들어와도 창피한 것도 없다. 평생 갚으며 살 생각이다"고 단언했다.
연예인으로 최정상 자리에 서 본 적은 없지만 가늘고 길게, 그리고 생명력있게 살고 싶다는 염경환. 염경환은 베트남에서 한국어 지도사 자격증 취득 준비와 함께 베트남 현지 방송 출연을 위해 준비 중이다.
염경환은 "사업해서 망하는 것 보다는 돈은 좀 안 되더라도 47살에 의미있는 일, 좋은 일을 해보고 싶다. 베트남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밝혔다.
아직은 모든 것이 적응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염경환은 당분간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생활한다. 한국에서의 방송 일을 놓을 수는 없다고. 운전 중 졸음이 쏟아지면 청양고추를 먹으면서 잠을 깨려 노력하고, 고질적인 척추협착증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염경환는 아버지다.
염경환은 "애 뒷바라지하고 학교 보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그것이면 된다. 우리나라 아빠들이 그렇지 않냐. 아픈 것이 어디있냐. 가는 것이다"며 자신을 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