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주연 영화 '마스터'(조의석 감독)가 12월 개봉을 확정짓고 전투적인 홍보 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CJ엔터테인먼트의 '마스터'와 치열한 흥행 경쟁을 펼칠 것으로 주목 받았던 NEW의 '더킹'(한재림 감독)은 2017년으로 개봉이 밀리면서 두 작품, 그리고 배우들의 경쟁은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여름시장과 '밀정'의 압도적인 원맨쇼가 펼쳐졌던 추석 시즌이 끝난 직후 충무로가 곧바로 주목한 시장은 바로 겨울이다. 2016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12월이 여름시장 못지 않은 대목으로 꼽히는 만큼 어떤 영화들이 관객들을 불러 모을지 기대를 높였다.
그 중에서도 20대 대세 스타 시절부터 한 라인으로 묶였던 강동원 조인성의 스크린 맞대결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스크린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강동원과 달리 조인성은 오랜만에 컴백을 추진하는 것이기에 언제 성사될지 모르는 빅매치였다.
또 '마스터'와 '더킹'은 장르 역시 범죄액션오락으로 비슷하기 때문에 쏠쏠한 재미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까지 부부의 사정은 모른다는 말이 있듯 영화가 스크린에 상영되는 그 날까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개봉이다. 전반적인 큰 그림은 일찌감치 짜이지만 어떤 영화가 어떻게 찍혔고 또 후반 작업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느냐에 따라 각 배급사들은 골머리를 싸매고 마지막까지 눈치작전을 펼친다.
물론 '마스터'처럼 흥행이 어느 정도 예상된 대형 프로젝트는 제작 단계부터 개봉일을 잡고 그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마스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제작부터 개봉, 그리고 흥행까지 엘리트 코스를 밟는 영화는 사실상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이 뭉친 '더킹' 역시 마찬가지. 표면적으로는 1년 정도 개봉이 지연됐던 '판도라'(박정우 감독)의 12월 등판으로 '더킹'이 밀려난 것처럼 보이지만 '더킹'은 오히려 그 만큼의 시간을 벌어들인 것이나 다름 없다.
영화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더킹'이 12월, '판도라'가 내년 설 개봉을 목표로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이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최근 '더킹'의 최초 편집본이 무려 5시간으로 뽑히면서 후반작업을 맡은 업체들과 스태프들 사이에서는 '12월은 절대 못 맞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영화들이 3시간 안팎으로 편집돼 정리되는 것과 비교하면 장난 아닌 분량이다. 촬영 단계에서 워낙 방대한 분량을 찍기로 유명한 감독인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며 "이에 사실상 개봉만 기다리고 있던 '판도라'와 순서가 바뀔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상' 때 회차와 제작비 오버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지만 '더킹'은 한재림 감독이 직접 제작까지 맡으면서 정해진 회차를 정확하게 지켰다. 큰 문제와 무리없이 후반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더킹' 측에 따르면 새롭게 목표로 삼은 개봉 시기는 내년 1월 18일. 설 대목을 노리겠다는 포부다. 일각에서는 5월 개봉 소문도 솔솔 퍼졌지만 내부적으로는 "무조건 1월"로 합의를 봤다는 후문. 실제 조인성 등 '더킹'의 주요 출연진들은 얼마 전 포스터 촬영까지 마쳤다.
이에 따라 '마스터'는 올 겨울 유일한 범죄액션오락물로 재난 블록버스터 '판도라'를 상대로 관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게 됐다. '더킹'의 새로운 경쟁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 CJ엔터테인먼트의 이승기 심은경 주연 영화 '궁합'(홍창표 감독)이 유력하지만 현빈 김주혁 유해진의 '공조'(김성훈 감독)도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쇼박스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설 라인업이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
'강동원 VS 조인성'은 무산됐지만 관객들의 장르 선택권은 한층 다양해졌다. 또 12월 '마스터', 1월 '더킹' 천하가 이뤄질지 이들의 등판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다림은 여전히 즐겁다.